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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최천호
- 1725
- 2022-06-04 19:07:25
도시 빌딩에 갇혀
질식할 것 같던 사람들이
가지가지 등에 짊어진 사연을
넓은 바다에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싶어
한걸음, 한걸음
올레길을 걸어갑니다
근엄한 표정의 한라는
삶에 헐떡이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
지그시 감은 눈으로 내려보곤
답을 주지 않고 얼굴을 감춥니다
파도는 정겹게 다가와
거리를 두고 일어서 인사하고
뒤돌아 달려갑니다
신비한 첫사랑 소녀 같은 바람과
이렇게 오래 걸어 본 것이 언제인지 모릅니다
옛날 하늘에서
불이 쏟아지던 날
솟구치던 나의 헛된 욕망이
푸른 바다까지 밀려와 재우려 하지만,
아직도 날카롭게 날이 서 있습니다
수억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꿈틀대며 일어서려는 바위들이
나의 마음처럼 온통 검고 날카로운지,
동쪽으로 보이던 한라가
서쪽에서 보일 때가 되었어도
그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넓고 맑은 이 바다는 그리고
아직도 아무런 표정이 없는 한라는
왜 답을 주지 않는지 알 수 없습니다
서귀포 앞에 작은 섬을 바라보며
어머니 품에 떨어져
가슴 하얀 새들과
함께 사는 작은 섬은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훨훨 날고 싶은 마음에
몸을 흔들어
잠에서 덜 깬 새들을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자기들 이야기로 분주해
저기 작은 섬 이름을 모릅니다
올려보는 어머니 한라산
그 얼굴 바라보기만 해도 눈물겹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종일, 하늘이 어두운 날에는
세상살이가 슬프기만 합니다
하늘 은혜로 살면서
슬픈 생각 버리지 못하는 것은
나의 죄라 생각하여
다시 일어서서
맑고 깊은 물에
어리석은 눈물 닦아봅니다
ps : 우리 충주교회는 6월 5일 성령강림 주일로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