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Dreaming】낙엽8만장

함창석
  • 1240
  • 2022-09-05 17:23:39
낙엽8만장

함창석

갈잎은 떨어지나 추풍을 원망 않고
자신을 비워 가며 희생할 줄 알기로
파릇한 봄날 새싹이 움틀 수가 있노라

【Main Dreaming】

오동잎이 떨어지면 천하에 가을이 온 걸 안다. 겨울이 채 오기도 전에 떨어지니 절멸이라고 하지만, 그건 불멸이다. 떠나야할 때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기 위해 떨어지는 것이다. 떠날 줄 알기에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모든 나무들의 ‘잎’은 눈물처럼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는 건 몽니가 아니라 낮춤이다. 내일을 향한 새로운 채비이기도 하다. 식물들도 겨울을 준비한다. 잎은 제 몸을 태워 나무에게 주고, 살아남은 줄기는 뿌리나 씨앗으로 이듬해를 준비한다. 그래서 낙엽은 주검이 아니라 양분이다. 결국 나뭇잎의 생은 나무의 생몰과 함께한다. 자기 주검으로 말미암아 나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때문에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가을 끝에 빈 몸이 돼버린 낙엽은 이제 동안거에 들어간다. 낙엽은 차디찬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날이 왔을 때, 어느 나무의 숭고한 생명으로 잉태될 것이다.(미디어 붓, http://www.mediabo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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