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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猜忌)에 관하여...
오재영
- 1338
- 2022-10-21 02:50:58
아마도 사역에 몸담고 있는 대부분의 사역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가까운 친구나 잘 아는 동료가 잘되면 기쁘기보다는 이상하게도 우울해지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이 무척 쓰라리다. 이것이 바로 시기의 속성이다. 도로시 세이어즈는, 시기란 “가지지 못한 자들이 가진 자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 이라고 말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남이 가진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쓰라리게 떠올린다고 했는데, 이는 진실을 정확히 꿰뚫은 말이라 할 수 있다. 잠언 기자는 시기에 빠져 가슴이 쓰라리고 우울해진 상태를 다음과 같은 재치 있는 은유로 표현 했다. “시기는 뼈를 썩게 하느니라”(잠14:30).
영성을 추구하는 사막 교부들과 중세 도덕철학자들이 시기(猜忌)를 대죄 목록에 포함시킨 것은, 그것이 영혼과 삶을 파괴하는 죄악이고 거기서부터 수많은 죄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시기는 일곱 대죄 중에서도 ‘가장 야비하고, 더럽고, 잔인한 죄’라고 불리는데, 상대가 잘될 때 앞에서는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돌아서서는 배 아파하며 그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기는 자기 행복을 위해 친구의 불행을 제물로 삼는 잔인하고 비틀어진 자기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시기의 날 선 칼은 상대방을 벤 후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피학적 시기...
시기가 의식을 지배하게 되면 ‘피학적 시기’의 양상으로도 발전될 수 있다.
상대의 웃음을 거둘 수만 있다면 자신이 피해를 당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 유대인 민담(民譚)은 이런 종류의 시기를 해학적으로 잘 보여준다.
두 친구가 길을 가다 왕을 만났다.
둘 중 한 명은 욕심이 많았고, 다른 친구는 시기심이 많았다. 왕은 두 사람에게 “만약 너희 중에 한 명이 요청하면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겠다. 단, 옆 사람에게는 요청한 것의 두 배를 주겠다”고 말했다. 왕의 말을 들은 시기심 많은 친구는 먼저 나서서 요구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친구가 두 배로 받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욕심 많은 친구도 마찬가지였는데, 자신이 친구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머뭇거리며 눈치를 보고 도무지 요청을 하려 들지 않았다. 기다리던 왕이 부탁이 없으면 그냥 가겠다고 말하자, 시기심 많은 한 친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임금님, 저의 왼쪽 눈을 빼 주십시오!”
친구가 자기보다 많이 갖거나 더 좋은 것을 갖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자기 눈 하나가 빠지더라도 친구의 두 눈이 상해 자기보다 더 불행해지는 편이 좋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대상에 대한 시기가 극대화되면 이런 극단적인 행동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시기(猜忌)를 발견할 수 있다.
(신원하 죽음에 이르는 일곱 가지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