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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속 비명
함창석
- 1229
- 2022-11-02 19:27:12
함창석
양떼 양 무리 머리 위에
지팡이를 들고
이끌어 가는 뜻이냐
해 아래 세 사람
무리나 떼를 상징하지
모이어 들면
피를 부르기도 하고
그물에 갇히기도 하니
군중이라는 말은
부정적으로 보였다
양은 모이면 다치니
사이사이 염소를 넣어
다스리기도 하였지
누가 양떼 속으로 들어
염소 역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머리를 짜도
해답을 찾기 쉽지 않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두려운 바람은 불어왔다
불 바람보다 무서웠다
할로윈 잔치가 끝이 났다
150여 꽃송이가 꺾였다
150여 꽃송이가 다쳤다
온 시민이 아팠다
온 나라가 슬펐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오오 가슴 저린 날 이었다
이 밤도 숨쉬기 어렵다
【Main Talk】
군중은 일반적으로 정서적이고 비합리적인 동기에 의해서 움직이기 쉬운 사람들의 밀집을 말한다. 일면 합리적 인간관의 붕괴와 대중운동에 대한 멸시를 의미하는 말인데, 반면 군중은 사회변혁의 에너지의 하나이며 새로운 사회체제에 적합한 인격을 제공하는 바탕이기도 하다.
공통된 관심과 집합에 의해서 생기는 특유한 심정을 가지면서도 고정된 목적조직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인간의 집단을 말한다. 군중현상은 아마도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오래된 것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것은 특히 19세기 말의 격심한 변동기에 두드러진 사회불안을 배경으로 격화된 노동운동이나 사회운동이 고조되었던 것과 관련해서 주목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격심한 운동 속에서(crowd)의 심리와 행동의 이상상태를 관찰하고 이름 없는 군중이 대두되는 것을 놀라움과 두려움을 가지고 주목한 사람이 르봉(G. LeBon, 1841-1931)이다. 그가 본 군중은 소위 혁명적인 군중이었으며, 난폭·잔인한 충동성, 지도자의 선동에 맹목적·무비판적·몰이성적으로 반응하는 피암시성, 일시의 흥분으로 폭발하는 감정격분성), 용서 없는 파괴를 저지르는 잔인성 등의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군중이었다. "군중은 추리하지 않는다."는 그의 군중관은 소수의 지적 엘리트에 대립하는 무자각하고 무분별한 인간집합이라 하여 군중을 멸시하는 귀족주의적인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입장은 한편으로는 기존질서를 위협하고 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려 넣는 혁명적 군중에 대한 공포심과 결부되어 혁명을 군중의 신경질적인 산물이라 한 데서 비난을 받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혁명적 군중에의 공포와 더불어 민주주의 확충에 대한 공포 때문에 소수의 지적귀족의 지도에 대해 열등한 군중지배의 산물인 민주주의 사회에의 불신과 현대문명에 대한 세기말적인 불안과 위구심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군중심리는 일종의 쏠림현상 혹은 편승 효과, 즉 남들이 다들 하니까 자신도 그게 좋을 거라 생각해서 좋다고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경우 특정 작품으로의 과도한 관람객 쏠림,[1] 스포츠의 경우 길거리 응원, 정치사회 이슈의 경우 시위 및 사회운동의 참여를 예로 들 수 있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신상털이를 하거나 비난을 받을 만한 특정 인물의 SNS에 단체로 몰려가서 악플을 다는 것도 군중심리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군중심리가 작용했기에 참여하게 된 부분도 일정 부분 존재하지만, 이걸 이유로 반대 측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비판할 때 군중심리에 휘둘린다고 좀비나 레밍에 비유하는 경우도 많다. 군중심리라는 단어 자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이 말랑말랑 해졌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편에게 좋으면 집단지성, 상대편에게 좋으면 군중심리라며 선전하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군중심리라는 단어 자체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어서, 라벨링의 효과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전략적인 명명이 된다.
<각주>
[1]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The War 열풍이다. 그러나 한국이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심하다는 근거는 빈약하다. 전 국민의 20% 이상이 한 영화를 보는 일은 외국에서도 왕왕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럴 만한 수준의 영화가 아닌데도 쏠릴 때도 있다는 식의 비판도 자주 제기된다. 물론 이는 군중심리라기보다는 스크린 과점 때문이라고 보는 게 설득력 있다.
박노해 ‘꽃 피는 말’ 중에서,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그리고 프리드리히 니체 어록 중에서, 인생을 쉽게, 그리고 안락하게 보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리 짓지 않고서는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된다. 언제나 군중과 함께 있으면서 끝내 자신이라는 존재를 잊고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