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원수니라
함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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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23 21:34:38
함창석
무직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그 아내가 보는 데서
어린 손주가 보는 앞에서
사제총으로 쏴 죽였다
생신상을 차려준 아들 집에서
요즘 핵가족인 세상에
시아버지 생신상을 집에서
차려주는 며느리가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 않습니까
그 며느리의 남편인
회사대표인 자기 아들을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총질을 감행하다니
원수가 자기 집안식구라고
말씀을 하신 예수님이
번뜩 떠오르는 날이구나
아내에 대한 열등감
피해의식에 시달려왔을까
체면을 앞세우는 우리문화
남성우월주의만 같구나
자기 책임이라는 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너 때문이라는 사회이다
타인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내 허상만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것은 다 네 탓이니까
절대로 감사할 줄을 모르니까
매일 서로를 헐뜯으며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까지도
치열하게 싸우는 데를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