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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효
  • 2243
  • 2016-12-26 08:25:06
김정일 앞에서 한없이 비굴했던 대한민국 대통령
동아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본 사람들의 소회는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가. 마치 계열사 사장이 그룹 총수를 찾아가 미주알고주알 보고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총수는 “시간이 없다”며 일어서려 하고 월급쟁이 사장은 “조금만 더 들어 달라”며 소매를 붙잡는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아리랑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싶다면서 어려운 부탁을 한 양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장군님께서 일정이 바쁘시기 때문에…”라며 끼어들자 김정일은 “일없어(괜찮아), 일없어”라며 제지했다. 마치 통 크게 아량을 베푸는 모습이다. 김정일에게 회담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매달리는 모습도 그렇다. 그는 “여기까지 와서 위원장하고 달랑 두 시간 만나 대화하고 가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까”라며 비슷한 말을 되풀이했다. 대통령의 격(格)도, 국가의 체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일이 면전에서 (한국이) 자주성이 없다고 타박하자 노 전 대통령은 반박은커녕 맞장구를 친다. 노 전 대통령은 “남측의 어떤 정부도 하루아침에 미국과 관계를 싹둑 끊고 북측이 하시는 것처럼 이런 수준의 자주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이자 세습독재정권인 북한 지도자 앞에서 “세상에 자주적인 나라가 북측의 공화국밖에 없고…”라고 하는 데는 말문이 막힌다. 그는 자주국방, 주적(主敵)개념 폐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미 2사단의 후방 배치, 작계5029 폐지 등을 자랑하듯 언급하며 “자꾸 너희들 뭐하냐, 이렇게만 보지 마시고요,…이렇게 보시면 달라지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적장(敵將)에게 우리의 중대한 국방정책을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게 주권국가의 원수이자 군 통수권자가 할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친북반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제일 미운 나라가 어디냐고 했을 때 그중에 미국이 상당 숫자 나옵니다”라는 대목은 마치 고자질하는 투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내내,… 국제무대에 나가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 왔습니다”라는 말이나 국제사회가 합의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미국의 실책”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북핵을 옹호한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BestClick/3/all/201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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