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과 예우

김정효
  • 1647
  • 2017-06-24 17:51:29
“참전 용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과 예우에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김관효씨는 “어느 날 우연히 손에 닿아 쓴 모자 하나가 내 삶에 이렇게 큰 변화를 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월남전 참전용사 모자로 인한 일화들을 쏟아냈다.

변화는 김 씨 부부가 1년 전 캐나다 여행을 위해 들른 덜레스 공항에서 시작됐다. 평소 즐겨 쓰고 다니던 모자를 집에 두고 와,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4년 전 전우회에서 받은 참전기념 모자를 쓰고 갔다. ‘Vietnam Veteran’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어 일상에서 쓰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워 4년 째 방치해 둔 모자였다.

그런데 비행기에 탑승하자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입구에서 승객을 맞이하던 조종사가 김씨를 보더니 군대식으로 각 잡힌 경례를 했고, 통로에서 자리를 찾아가는데 비슷한 또래의 백인이 미국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악수를 청했다.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은 본인도 걸프전에 참전했었다며 말을 건넸다. 김씨는 “평소 미국인이 먼저 말을 건 적이 거의 없었다”며 “미국에서는 참전용사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또 김 씨는 지난 12월 선교를 가기 위해 공항에서 줄 서서 짐을 부치는데 한 직원이 급행수속을 해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어 거절했더니, 그 직원이 “참전용사는 국가유공자기 때문에 당연히 당신을 예우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린 킹스밀 골프대회 입장권을 예매하지 않아 현장에서 구입하려는데 여자 직원이 모자를 보더니 베트남전에 참전했느냐고 물었다”며 “그렇다고 했더니 무료로 2장을 줬다”며 또 다른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살면서 참전용사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며 “미국인들의 한결 같은 예우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제 어디를 가든 참전기념 모자부터 챙겨 쓰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김 씨는 “이 모자를 쓰기 시작한 지난 해 8월부터 따져보니 하루에 미국인 2명 정도는 내 모자에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왔다”며 “지금까지 따져보면 모두 550명 정도가 되는데, 앞으로 계속 이 모자를 쓰고 다니며 더욱 많은 미국인들을 만나 민간 외교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도 많은 미국인들이 이 모자를 보고 나에게 다가와 “월남전에 함께 싸워주어서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이때 나도 “한국전때 한국을 도와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얘기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베트남 베테란’ 이라는 로고가 큼직하게 새겨진 모자를 쓰고 길에 나설 것이다.

(워싱톤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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