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정원

이경남
  • 1304
  • 2017-07-04 03:03:34
소풍 정원
-이경남

고덕면 궁리에는
시에서 만든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이름이 소풍인데 바람이 미소 짓는 정원이란다
2만여평 호수 주위로 둘레길이 쳐져 있고
네 개의 섬은 나무 다리로 이어져 운치를 더한다
오랜 낚시터 자리다보니
미루나무 느티나무 숲도 제법 울창하고
아침으론 온갖 새들의 노랫 소리 또한 가득하다
시내에서 겨우 20여분  거리다 보니
인근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시내 사람도 많이 찾아오고
주말이면 캠핑족이 북적이기도하는
제법 잘 만들어진 인공 정원이다
이 정원이 만들어진 후
매일 아침 이곳을 산책하지만
무언가 알수 없는 답답함에 괴로웠다
아니 이게 뭐지
이토록 큰 돈을 들여 말끔하게 꾸민
이곳에서 내 마음은 왜 이렇게 편치 않은거지
오랜 가뭄 끝에 장맛비가 내리는 오늘
비 내리는 아침 정원을 걸으며 나는 그게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바로 그거야
이 인공 정원에는 그게 없는거야
매주 찾아가는 고삼호나 미산 저수지 숲속 길
매년 여름 찾는 신두리 해안 사구의 습지에서 느끼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그 편안함과
야생의 아름다움
그 감동이 여기에는
이 단정한  인공 정원에는 없는거야
남자로 치면 야성과 열정은 죽고
매너만  남은 청년같은거고
여자로 말하면 자연 미인이 아니라
온통 성형과 화장으로 꾸며진 그런 여인같은거야
축구로 따지면 파이팅 넘치는 공격성이 아니라
틀에 박힌 작전으로 지루한 게임같은거지

그래 나는 이 안락한 인공 정원을 떠나
다시 거친 강변 들길과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로 나가기로 하였다

20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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