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지

이경남
  • 1305
  • 2017-07-17 07:26:45


미산지
-이경남

백로골이라는 노곡리를 지나
산세가 아름답다는 미산리에 이르면
계곡을 가로질러 만든 미산지가 나온다
호수가 아주 크거나 넓지는 않아도
좌우 높은 봉우리와 빼어난 삼림 숲과 어울려
참 아름답고 고적하다
호수 끝자락엔 미리내 마을이 자리하고 있는데
지금은 천주교 성지가 되어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구한말 박해를 피해
이 깊은 산골로 들어와
산전을 일구고
심지어 새남터 처형장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찾아 수백리 떨어진 이곳에 안장한
천주교도들의 신심과 용기가 참 놀랍다
수십만평 드넓은 산지이다보니
미처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거칠고 투박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는 이 세상의 소동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천국의 평화가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러나 미산지의 매력은 이것만이 아니다
매년 봄 부슬비가 내리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한여름 장마가 시작되어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 덮으면
이곳 미산 계곡에선
부엉산 쌍용산 자락에
물안개와 비구름이 가득 걸리며
그야말로 신선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스카이웨이처럼 높고 길게 뻗어 있는 제방 둑 위에서
산자락을 휘감는 운무의 우아한 춤사위를 보는 것은
마치 이국의 고산 지대인 양
신비로운 감동을 준다
이제 곧 가을이 되어 좌우 산자락이 화려하게 단풍으로 물들고
그것이 또한 맑은 호수 속에 담겨질 때
한겨울 이 깊은 계곡에 눈보라가 몰아치고
그래 호수는 꽁꽁 얼어붙고
주변 산줄기가 온통 순백의 설화로 가득 피어날 때
이 깊은 산곡의 인적 드문 이 호수는
더욱 고적하고 아름다우리라

2017.7.15. 주일 저녁 장마 비구름에 휩싸인 미산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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