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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삼복(三伏)
함창석
- 1415
- 2017-08-12 01:54:27
삼복(三伏)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속절(俗節)로, 흔히 ‘복날’이라고 한다.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이라 한다.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하며, 가정에서는 참외와 수박 등을 먹고,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은 국수를 해 먹는데, 국수를 먹으면 무더운 복 중에 악귀를 쫓고 무병한다고 믿었다. 또한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는 햇병아리를 잡아 인삼과 대추를 넣어 삼계탕을 만들어 먹는데, 원기가 왕성하고 더위에 지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한편 ‘복놀이’라 하여 개를 잡아 마을 어른들을 대접하는데, 일족이 모여 사는 곳은 문중이나 마을에서 이를 시행한다.
복(伏)에 대해서는 중국 후한(後漢)의 유희(劉熙)가 지은 사서(辭書)《석명(釋名)》에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 伏은 오행설(五行說)에 있어서 가을의 서늘한 금기(金氣)가 여름의 더운 화기(火氣)를 두려워하여 복장(伏藏 : 엎드려 감춘다)한다는 뜻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전해지고 있고, 최남선의《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는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즉 복(伏)은 꺽는다는 뜻으로, 복날은 여름 더위를 꺽는 날이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더위를 정복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경(庚)'은 '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의 일곱 번째 천간(天干)으로 '뜯어 고친다'는 뜻과 함께 '새로운 시기를 연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기록에 의하면 "상고하면《사기(史記)》'진본기(秦本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기원전 679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개를 잡아 성(城)의 사대문(四大門)에 달아매고 충재(蟲災)를 방지했다"라는 내용이 전한다. 삼복은 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혹서(酷暑)]여서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났다.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종묘(宗廟)에 피,기장, 조, 벼 등을 올려 제사를 지내고,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빙고(氷庫)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하였다
복날 개를 잡는 것은 매우 오래된 풍속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복날 영양식으로 개고기를 먹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이 개장국을 건강식으로 널리 즐겼음은 분명하나 지방에 따라서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금하기도 하였다. 또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 의해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금기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개장국을 대신하여 삼계탕을 즐기기도 한다. 이 외에도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초복에서 말복까지 먹는 풍속이 있는데, 팥죽은 벽사(辟邪)의 효험을 가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더운 복중에 악귀를 쫓고 무병하려는 데에서 나온 풍습이다.
복날 개를 잡아먹는 것은 주로 남성들이다. 그러나 개고기가 아니라도 삼계탕이나 오리탕 등을 먹음으로써 복달음(또는 복다림)을 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즉, 복날 사람들이 어울려 좋아하는 영양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가장 널리 먹는 것이 보신탕과 삼계탕이다. 또한 시원한 수박을 먹기도 한다. 복달음은 친구들끼리 어울려 하기도 하지만, 자식들이 나이 드신 부모님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대접하기도 한다. 복날 자식들이 국수를 끓여 부모님을 대접하고 또 보신탕이나 삼계탕을 마련하여 드리기도 한다. 국수를 먹는 것은 장수를 하라는 뜻이며, 보신탕이나 삼계탕은 땀을 많이 흘려 탈진하기 쉬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영양식으로 대접하는 것이다.
복달임은 땀을 많이 흘려 탈진하고 기가 허해 지기 쉬운 여름을 이겨 내기 위한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풍속이다. 오랜 농경민족으로서 평소에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부족하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일이 많은 남성의 경우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노동력 증진에 필수적이다. 또한 남자의 경우는 잠자리에서 고단백질을 방사하기도 하니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여 복날 남자들이 개고기를 먹는 민속이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초복이면 벼가 한 살을 먹고, 중복이면 두 살을 먹고, 말복이면 세 살을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말복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벼를 추수할 채비를 해야 한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