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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리교회 이야기(2)
장병선
- 1667
- 2017-09-12 20:11:07
산유리교회 이야기(2)
주일 오후, 분자골 끝자락 숲에 가면 혹 버섯구경이라도 할까하여 나서는데, 마을회관에서 하루 놀이(화투)를 마친 노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다.
잘 됐다 싶어 모닝에 태웠다. 세노인 중, 등이 약간 굽은 최00씨가 계곡의 마지막에 집이 있다. 고등학교 선생하다 은퇴했다는 남편은 작년엔가 세상을 떠나고 구리로 출퇴근하는 아들과 함께 산다. 아들은 잠만 자고 나가니 늘 혼자다. 절에 열심히 다니는데 작년 보름에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푸짐한 보름밥 대접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하시다.
최 할머니집이 가까워지니 문득 최 할머니집 앞집에 살던 이가 생각났다.
아내가 있기는 한 데 혼자 살고 있고, 건축일을 한다 했다. 집안에 각종 화초를 키우는데 웬만한 화원 못지 않다. 언젠가 산책길에 그 집에 둘려 화초를 보았었다. 그런데 그 중년의 남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한 번 병원을 찾아볼까 하여 먼 친척뻘 되는 이에게 알아보니 타인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는 소리에 접어두고 있던 터였다. 최 할머니를 만나니 그 사람이 생각나서 안부를 물으니, “불상해서 어쩌지? 한 번 가보고 싶어도 어딘지도 물라” 춘천 한방 병원에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럼 우리 한 번 찾아 갑시다” 생전 한 번 밖에 보지 않은 낯선 이이지만 산유리 하늘 아래 함께 살던이이니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그대로 차를 돌려 춘천으로 향했다.
저녁 7시쯤, 한방병원에 도착하였다. 박00씨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본다.
왼쪽 팔, 다리가 마비되어 감각은 있는데 전혀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평소에 술 담배를 너무 많이 한 탓이라며 회한에 젖은 말을 한다.
동영상으로 찍은 그의 월세집 화분을 보여주고, 그의 스마트 폰으로 전송해 주었다.
아내가 홍천 팔봉에 살고 있다는데 가끔 와서 보고 가기는 하는 모양이다.
내 보기에 정상적인 생활은 수년내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서 나아서 겨울이 오기전에
집에 돌아가 화초를 단두리 해야 겠노라 한다. 가족이 함께 살다 서로 등을 돌리기도 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은 혼자 남아 술로, 혹은 취미 생활로 외로움을 견뎌가는 이들이 분자골 계곡에 제각기 누에고치 같은 집에서 떨어져 살고 있다.
간곡한 기도, 작은 정성을 담은 봉투하나 손에 쥐어 주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마침 불의의 사고로 강원대 병원에 입원중인 장00권사님을 위한 모금과 주일 예배시 마른
수건 짜기로 특별헌금을 한 것을 합하니 220만원이
되어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모금에는 평택의 모 교회 담임전도사, 장00선교사도 참여했다.
전도사나 선교사들이 얼마나 어려운 중에 모금에 참여했는지 능히 짐작이 간다.
몇 년 전만 해도 선교사들에게 작은 액수이지만 선교기금을 전했던 산유리교회였다.
시골마을을 지키는 이들은 노후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데다 도시로 나간 자녀들까지도 빈곤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니, 겨우 국가에서 주는 노령연금에 기대어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농어촌교회 대부분이 같은 처지일 것이다.
금요일 모금액을 확인해보니 3만원, 5만원, 10만원,두 분이 30만원, 동서남북에서 아는 이, 모르는 이들이 두루 참여해 주셨다. 액수를 떠나서 소중한 정성들의 집합이니 그저 감격스럽고 감사할 뿐이다. 아직도 세상은 살만할 만큼의 관심과 사랑은 남아 있다.
전체 병원비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장 권사님의 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한다.
독실한 불자 보살님과 함께 저녁을 먹고, 신자도 아니고 모르는 이(그도 기도할 때는 아멘을 했다)와 교회 신자(장권사)를 심방하여 성금을 전달했으니 했으니 이것이 진정 하나님, 부처님이 원하시는 세상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