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제사(祭祀)

함창석
  • 1405
  • 2017-10-09 04:39:27
제사(祭祀)

제사는 죄를 용서받기 위해, 혹은 은총을 얻기 위해, 혹은 두 가지 다를 위해 신에게 귀중한 것을 바치는 행위다. 대부분의 종교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제가 있지만 혼자 지내는 제사도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 노아, 아브라함은 사제 없이 자신이 직접 제사를 지냈다. 모세가 히브리 노예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뒤, 신은 율법을 모세에게 전했는데 거기에는 제사를 어떻게, 어떤 이유에서 지내는지에 대한 상세한 지시가 있었다. 또한 신은 모세의 형인 아론을 이스라엘 최초의 제사장으로 임명했다.

레위기는 다양한 제사의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번제, 곡식 제물, 속죄를 위한 제물, 평화를 위한 제물 등 제물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이스라엘인들은 소, 양, 염소, 비둘기와 함께 포도주, 기름, 곡식을 제물로 바쳤다. 물론 아무도 신이 그것들을 직접 먹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신이 먹는다고 생각한 문화권도 있긴 하다). 뭔가를 바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고자 했다. 제사를 잘 지내면 신과 올바른 관계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이런 관계 회복은 반드시 필요했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거나 재산을 훼손했다면 그 피해를 복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저 제물만 바치고 잊어버리는 것으로는 불충분했다.) 제사는 말하자면 '선제공격'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귀중한 것을 바치면 자신에게 징벌을 가하는 셈이 되니까 신의 징벌을 면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었다.

짐승을 제물로 바치는 것은 언뜻 잔인한듯하지만 실은 고기를 먹기 위해 짐승을 도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제사를 지낸 뒤 제물은 그냥 버린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나누어 먹었다. 진짜 잔인한 것은 세계적으로 여러 시대와 여러 공간에서 행해졌던 인신제사다. 몰록이나 그모스 같은 이교 신들의 숭배 의식에서는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경우가 있었다. 이스라엘의 선지자들은 그런 제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인신제사와 식인을 일삼는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이 예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고 말했기 때문인데, 실은 성찬식에서 빵과 포도주를 먹는 것뿐이었다.

구약의 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의 제사 풍습이 잘못되었다고 여기지는 않았지만, 내적인 변화가 없으면 단순한 종교적 허례에 그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선지자 호세아는 이런 신의 말을 들었다.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세아 6:6). 또 다른 선지자 아모스는 사람들이 생활에서 정의와 도덕을 행하지 않고 제사에만 집착하면 신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아모스 5:21). 예수는 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제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마가복음 12:33).

초기 그리스도교도들은 예수를 가장 위대한 제물이라고 보았다. 완전히 무죄한 인간이 매를 맞고, 조롱을 당하고, 십자가에 처형된 것은 죄 많은 인류가 받아야 할 형벌을 대신 받은 것이었다. 예수는 '신의 어린 양'이었고, 신이 직접 인간에게 준 무죄한 제물이었다. 히브리서는 예수가 단지 최종적인 제물만이 아니라 최종적인 사제라고 말한다. 사제란 신과 인간을 중재하는 역할이다. 예수는 신에게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신과 인간이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로마가톨릭은 예배(미사)가 예수의 희생을 재현한다고 여긴다. 단식을 하는 그리스도교도들도 있는데, 사순절에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는 것처럼 단식도 일종의 희생이며 제물이다. 사도 바울은 교도들에게 자기 자신을 '산 제물'로 바치라고 말했다(로마서 12:1). 구약시대의 여러 가지 제사의식과 형식은 70년에 로마가 유대 성전을 파괴한 뒤 유대인들의 사제 제도와 함께 영원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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