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성부(聖父)

함창석
  • 1190
  • 2017-10-25 04:16:44
성부(聖父)

바빌로니아 창조 신화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에는 위대한 어머니 여신인 티아마트(Tiamat)가 새로운 남신인 마르둑(Marduk)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에누마 엘리쉬』는 위대한 어머니 여신이 ‘창조를 하는’ 남신으로 대체되는 최초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늘이나 태양 혹은 영웅이 거대한 뱀이나 용을 무찌르는 철기 시대의 모든 신화들은 바로 여기서 유래된다. 왜냐하면 이제 위대한 어머니 여신은 뱀 혹은 용으로 변형되어 새로운 남신 혹은 영웅에 의해 살해되는 운명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위대한 어머니 여신에 대항하여 이 세계의 지배권을 쟁취하려는 남신의 투쟁은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위대한 어머니 여신은 인간 의식의 발전에 따라 점차 자신이 직접 구현하던 우주의 순환론적인 변화 과정을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아들이자 연인인 남신으로 하여금 대신하도록 만들었다. 즉 여신 자신은 비가시적인 세계의 변화하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원천으로만 작용하고, 남신이 가시적인 세계의 변화하는 삶과 죽음 및 재탄생의 과정을 겪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제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이러한 여신과 남신의 관계는 완전히 전복된다. 그렇지만 위대한 어머니 여신은 기존의 젊은 남신이 하던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다. 청동기 중반 이후에 유입되는 유목 민족의 남신의 신화는 어머니 여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순환론적 세계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들은 삶과 죽음을 대립 항으로 놓는 선형적 세계관을 채택하였다. 그리하여 삶은 죽음을 통해 완전히 끝나며, 그 이후에 재탄생의 과정은 없다. 따라서 위대한 어머니 여신은 죽음으로부터 재탄생할 수 없었다.

세트(Seth)는 남신(男神)으로 악의 정령, 악의 신으로 불린다. 하늘의 여신 누트(Nut)와 땅의 남신 게브(Geb) 사이에서 태어난 5명의 신 가운데 넷째이다. 죽은 자의 신 오시리스(Osiris)와 형제이며, 누이 네프티스(Nephthys)를 아내로 맞았다. 오시리스신화에 따르면 왕위를 빼앗기 위해 형인 오시리스를 살해하여 상자에 넣어 나일강(江)에 띄워 버린다. 그뒤 다시 상자를 찾아 사체를 14개 토막으로 잘라 들판에 뿌렸으나, 오시리스의 아내인 이시스(Isis)에 의해 오시리스는 부활하고, 아내 네프티스도 그를 떠난다.

세트는 이후 이집트를 억압으로 다스리다가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Horus)에게 살해된다. 히크소스 시대에는 히크소스의 주신인 수테크와 동일시되었고, 그리스신화에서는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반인반수의 악마 티폰(Typhon)과 동일시되는 등, 시대가 흘러가면서 악마로 간주되었다. 네모진 귀와 길고 꼬부라진 코, 끝이 갈라진 꼬리를 가진 동물로 표현되거나, 어깨 위에 네 발 짐승의 머리를 올려놓은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몸은 흰 살결과 이집트인(人)들이 가장 싫어하는 색인 붉은 털로 덮여 있다.

세트는 사막과 이방의 신이자 캐러밴(상인집단)의 수호신이며 모래폭풍의 신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신화 속에서는 난폭함, 적대적 존재, 악, 어둠, 전쟁, 폭풍과 같이 강력한 힘 자체로 다뤄진다.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문서 중에는, “파라오의 힘은 곧 세트의 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얼핏보아 세트의 머리는 자칼의 형상과 같지만, 벽화 등에서 표현된 그의 머리는 땅돼지에 더 가깝다. 그러나 전신이 동물화되어 표현될 때는 마치 그레이하운드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벽화 등에선 일반적으로 네모진 양쪽 귀와 앞이 갈라진 꼬리, 그리고 앞으로 구부러지듯 돌출된 주둥이로 묘사되었다는 이유로 개, 땅돼지, 자칼, 얼룩말, 당나귀, 악어, 돼지 그리고 하마 따위의 동물을 합체시켜 신격화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역대 왕조의 파라오는, 자신이 오시리스와 세트의 상속인임을 과시했다. 예전부터 호루스는 나일강의 상류를, 세트는 하류를 다스렸다고 믿어진 것을 이용하여 결국 그들의 계승자인 파라오는 이집트의 모든 지역을 다스릴 수 있다는 권위를 내세웠다.

고대 남신(男神)이후 하나님에게 적용된 이 '성부(聖父)'라는 이름은 성경에서 항상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하나님은 신앙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존재론적 측면에서 '성부' 곧 '아버지'가 되신다. 즉, 하나님은 우리의 창조자요 보호자며 양육자이자 통치자란 점에서 '성부'로 부를 수 있다. 또한, 선민(選民)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또 언약적 관점에서 그 관계성을 강조하는 말로 '성부'를 언급할 수 있다. 특히, 하나님의 영적 자녀인 신자들의 아버지로서 하나님의 강한 부성애(父性愛)가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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