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

최천호
  • 1251
  • 2017-12-22 15:33:49
어머니 어머니

열여덟에 시집온 어린 어머니는
열아홉에 어린 엄마가 되었다
진달래가 피기 전 징용에 끌려간 어린 신랑은
첫눈이 내리도록 소식 하나 없다

집 뒷산은 속살까지 파먹은 민둥산이 되어
반나절 길 깊은 산 등허리에 올라
억새 한 단 무뎌진 낫으로 베어 머리에 이고
젖먹이 아들에게 달려가는 어린 어머니

겨울이 깊어 하얀 눈은 하염없이 내려오고
누렇게 바랜 창호지 문 사이로 스며드는 두려움
앞날의 운명이 힘 있는 자의 손에 있어
아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어린 어머니

어머니의 숨길이 닿지 못하는 먼 곳에서
아들의 운명을 결정지으려 웃는 이들의 모습
동짓달 밤은 깊고 아들의 숨소리는 곱기만 한데
아직도 멀리 있는 새벽은 그 걸음이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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