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이경남
  • 1247
  • 2017-12-22 01:12:38


비만
-이경남

사람이 굶주려 마른 것은 불쌍한 일이지만
사는게 너무 편해 살이 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 물려 받은 몸뚱아리
고교 2년 때 178에 72
특전사 시절 183에 78의 건장한 모습이었지만
광주에서 총에 맞고 9개월 병상 생활 후에는
183에 65의 까칠한 모습이었다

결혼 후
내 몸과 마음에 안정을 찾아
다시 183에 78의 적당한 신체를 회복하지만
40대 중반 내 인생에 찾아온 폭풍은
내 몸에 또 다시 183에 58이라는 큰 고통의 흔적을 남겼다
1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젠 평안을 찾고
몸도 183에 78의 정상을 회복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몸이 불기 시작한다

183에 84
이런 나를 보며 보기 좋다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나의 이런 넉넉해지는 모습이 되려 두렵다
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세상에서
몸과 마음이 편해 살이 붙는게 옳은 일인가?
하루 하루 살을 더해가는 내 신체는
평안이 아니라
내 영혼과 육체의
안일과 나태 자만과 방종의 표라는 생각에 되려 두렵다
부지런한 농부의 삽날은 벼리어져 칼날처럼 예리하고
녹슬기는 커녕 빛이 나는 법이다

지금 내 영혼과 육체는 농부의 삽날처럼
그렇게 예리하게 빛을 내지 못하고
왜 이렇게 점점 비둔하고 아둔해져 가는가?

2017.12.21.

*사진은 지난해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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