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골목길

최천호
  • 1182
  • 2018-01-07 17:02:42
겨울 골목길

낡은 집들이 촘촘하게 들어선 시골 읍내
비탈진 골목길이 허리 굽은 노인처럼
느린 걸음으로 숨을 몰아쉬며 걷고 있다

세월 앞에 초라해져
색지를 덧바른 작은 창문 사이로
어제와 별다를 것이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와 흩어지고
그 엷은 벽 사이 북쪽을 향한 좁은 골목길은
초겨울부터 꽁꽁 언 맨몸으로 누워있다

겨울 골목길은
내 모습처럼 낡은 벽 사이로
따뜻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하고
상처를 입은 언 가슴을 웅크리고 누워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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