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기사] "나의 세계관을 넓혀준 소중한 체험"
선교국
- 1623
- 2015-12-18 15:58:24
"나의 세계관을 넓혀준 소중한 체험" [기독교타임즈 3월 21일]
이 새름(감신대 2년) 씨의 세계교회협의회 제9차 총회 자원봉사 참가기
나는 스튜어드로 청년대회가 시작하기 이틀 전인 2월 9일에 브라질의 남부도시 포르토알레그레(Porto Alegre)에 도착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청년들과 만나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스튜어드가 150명이나 있으니 자리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서로 인사하고 자기소개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 들어 본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있고 피부색도, 문화도,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종파에 속하였지만 함께 대화하면서 이러한 모든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공통젼을 확인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각국에서 기독청년들은 교회, 국가, 지역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나와 같은 꿈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각국에서 모인 150여명의 스튜어드들은 3일에 걸친 청년대회가 끝나고 총회 기간 동안 각자가 맡은 일터에서 최선을 다했다. 대다수의 스튜어드들은 일손이 많이 필요한 회의장 진행과 뮤티라오 전시장에 배치되었고 그 외에도 개인의 능력과 선호를 고려해서 통역, IT, 장애우 도우미, 조리보조, 안내 데스크, 회의보고 등 많은 분야에서 일했다.
내가 맡았던 일은 예배준비였다. 교회협의회의 총회인 만큼, 첫날 여는 예배부터 마지막 닫는 예배까지 하루 일정은 기도회로 시작해서 기도회로 끝났다. 모든 교단과 지역을 고려해서 고유의 형식을 살린 이 예배는 수천명이 함께 드리기 때문에 많은 일손을 필요로 했다.
나는 이 예배에 필요한 문서들을 나눠주고 진행을 도와주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항상 모든 스튜어드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가장 늦게 숙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늘 피곤하고 힘들긴 했지만 어떤 자리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예배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튜어드들이 항상 이렇게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튜어드의 역할은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선다. 앞서 말했듯이 낮에는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이 너무 고돼서 모임이 있는 저녁시간에는 쉬고 싶을 만도 한데 대다수가 열심히 나와 늦은 밤까지 열심히 대화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청년들의 의견이 총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함께 고심하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젊어서 가진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기에 잃을 것도 없는, 그래서 더욱 당당한 청년들의 힘이었다.
▲ 각 국에서 온 WCC 총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한 이새름 씨.(앞 줄 왼쪽에서 네번째)
이 자리를 빌어, 신학도로서 또 감리교의 청년으로서 WCC와 한국 감리교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또 몇 가지 아쉬웠던 점들을 말하고 싶다.
먼저 감리교에서 청년 대표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문제점 중 하나였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측에서도 나와 같이 스튜어드 자격으로 온 청년이 한명 밖에 없었고, 기독교장로회에서 단 한 명의 청년대표가 참가했을 뿐이었다.
청년은 한국 감리교회와 기독교회를 이끌어 나갈 차세대 지도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감리교회에서 청년들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또 신학교에서 에큐메니칼 지도자 양성이 시급하다. 에모리와 드류 같은 미국의 유서 깊은 신학교에서 수십여명의 학생을 보내어 이번 총회에 참관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쉽게 볼 수 없는 큰 ‘기독교인의 잔캄를 눈으로 직접보고 또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산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마련하여 두 명의 대학원생을 이번 총회에 보낸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조차도 이번 총회에 참가하기 전까지 에큐메니즘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던 것을 고백한다.
WCC, 즉 세계교회협의회는 개교회와의 긴밀한 관계가 필수적이다. 개교회와의 연대 없이는 WCC도 단순한 회의기구일 수밖에 없다. 분열의 길을 걸어온 교회의 역사를 청산하고 모든 교회들이 WCC라는 기구를 통해 힘을 모았다. 이 이름이 무색해 지지 않으려면 협의한 내용들이 개교회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7년 후에 있을 WCC 10회 총회의 개최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금까지의 개최지를 살펴보면 이번 9회 총회까지 아시아 국가는 1961년 제3회 대회가 열렸던 인도 단 한 나라밖에 없다.
또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한국은 많은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으며 또 감당해 낼 충분한 힘이 있다. 이를 준비하는 데는 교단 구분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다. 하지만 감리교인인 나로서는 그 중추의 역할을 감리교가 감당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총회 기간 중에 내가 일하는 예배팀에서, 식당에서 또는 회의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눈에 띄게 감리교인이 많았다. 중앙위원회에 오른 150명의 대표 중에 21명, 즉 14%가 감리교인이었다. 동방정교회가 19%, 개혁교회가 17%인 것을 감안할 때 이는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감리교는 주도적으로 에큐메니컬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또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한국에서 온 감리교인이라고 할 때마다 WMC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감리교 목사님, 미국감리교회의 목사님, 같이 스튜어드로 활동했던 브라질의 감리교 청년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있을 감리교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고 그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했다. 한국의 감리교가 이렇게 큰 대회를 감당해 낼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번 WCC대회는 내 인생에 있어 몇 번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이자 나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넓혀준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확신한다. 개인의 믿음생활과 전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것이 나의 문제인 듯이 함께 고민하고 아파할 때에 우리는 세계를 하나님 나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기회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과 기독교 대한감리회 본부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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