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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 사는 사람들
최천호
- 3541
- 2016-02-03 19:44:02
강 끝에 사는 사람들은
단양이라는 작은 읍내가
태백의 검룡소에서 솟구쳐 나와
영월과 영춘을 지나온 동강의 고은 물이
밤을 새우며 도담삼봉의 전설을 듣다가
게으른 아침에 기지개를 펴고
몸을 길게 늘이다 에스자로 휘어져
쉬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동쪽을 버티고 서서
한 번도 속내를 내 보이지 않은
소백산을 닮아서인지
가볍게 즐거움도 넘치지 않아
변덕스럽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게다.
강 끝에 새로운 도시가 들어서려면
조상들이 묻혀있던 뒷산을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깊게 파내어 보내고
도시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씻고 또 씻어
뽀얀 얼굴과 찰랑거리는 머릿결로
카페에 앉아서 검은 커피를 홀짝이도록
날마다 숨겨놓은 이야기들을
맑은 강물과 함께 흘러 보낸 다는 것을,
오늘도 단양에 사는 사람들은
강 끝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도
가벼이 화를 내거나 박수를 치지 않는
흐트러짐이 없이 자리를 지키는 소백산 같기도 하고
깊은 계곡으로 흘러드는 맑은 물 같기도 하며
전설을 안고 안개 바람을 일으키다 쉬어가는
속을 들어다 볼 수 없는 강물 같기도 하다는 것을
저 아래 강 끝의 큰 도시의 사람들은
모르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