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버지

최범순
  • 3209
  • 2016-02-01 01:34:05
이제 학교에 들어가게 될 종혁이는 올해로 여덟 살이다.
금요기도회 때면 꼭 할머니 손을 잡고 교회에 오는데,
다른 때는 몰라도 그 때만은 안 왔으면 싶다
아무리 눈치 없는 어린 애라 하지만,
커다란 로봇 인형을 가지고 와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의자에 누워 주무르면서,
소리 나게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은 좀 아니다 싶다
그걸 제지하지 않는 할머니 권사님도 그러는 게 아니다 싶은,
야속한 맘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어린 영혼이 나를 두 번 감동시킬 줄이야....
한 번은 설교 도중에 못된 배신자의 예화를 들었더니,
장난만 치고 있는 줄 알았던 어린 아이의 입에서,

"하이고, 참!!"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또 한 번은 자기 아버지가 묻기를,
'네 아버지 이름이 뭐냐? '고 묻자,
우리 아버지 이름은 하나님이라고 대답했단다.
믿음이 없는 그 애의 아버지는 어이가 없어서,

"야 임마! 니 아버지 여기 있잖아?"

했더니,

"아니야, 진짜 아버지 이름은 하나님이야!"

하더란다.
그 애 아버지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는데,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설교를 듣지도 않으면서 듣는 척 하는 어른보다,
안 듣는 것 같아도 영혼으로 듣고 그대로 믿는 아이들,
누가 하나님 보시기에 더 사랑스러울까?
그래서 천국은 어린아이들과 같은 자들의 것이라 하는 것일까?
오늘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는 이들에게 설교 내용을 물으면,
대답할 이는 어른일까 아이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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