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신을 잘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관리자
  • 2180
  • 2016-07-12 06:00:33
어느 목사님이 내게 덧글로 말씀하였습니다. "생계가 소중하면 밥줄 잃지 않게 처신하든지"라고....

내가 만약 생계를 위해 신학교에 들어갔다면 나는 크나큰 실수를 한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처신을 너무도 잘못한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내가 만약 생계 유지를 위해 목회를 시작하였다면 나는 엄청난 실수를 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또한 처신을 잘못한 너무도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내가 만약 생계가 소중하여 밥줄을 놓지 않으려고 감리교 게시판에 글을 썼다면 나는 미친O입니다.
그러므로 이 또한 처신을 너무도 잘못한 정신병자와 같은 사람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 생계 때문에 신학교에 들어 간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목회를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전 밥줄을 놓지 않기 위하여 감리교 게시판에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만약 밥줄을 놓지 않으려 했다면 알량한 글솜씨를 이용해 누군가의 편에 줄을 서려 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 잘보이려 부단히 노력을 했을 것이며 내가 잘보이려는 그 사람을 제외하고
반대되는 이들에게 무차별 글공격을 쏟아 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느 한편에 서려 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을 했으며 그 노력 때문에 도리어 불필요한 비판의 댓글들을 써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그 분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임을 알면서도 알량한 지식을 동원해 댓글 폭격을 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니편 내편을 가르지 않았습니다.

만약 생계 유지를 위해 목회를 하였다면 저는 하나님의 뜻이 아닌 내 뜻으로 성도들에게 설교를 하였을 것이며
성도들의 기분을 맞추려 노력을 하였을 것이며 성도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골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할수 있는 한, 내가 아는 한 하나님의 뜻을 전하려 했고 그 누구도 내편으로 삼고자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나 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불어 당시(지금도)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원OO전관리자의 눈밖에 나려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감리사와도 갈등과 대립을 해야만 하는 이유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보다 나는 그분들의 성격과 인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겐 목회가 생계유지가 아니기에 잘나지도 못했으면서 부단히 잘난 척을 해댔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부단히 아는 척도 했으며 글도 잘 못쓰면서 부단히 글도 써 올렸습니다.

이것이 처신을 잘못한 것이라면 정말로 정말로 처신을 잘못한 것은 분명합니다.
잘난 척한 것이 죄송하고 아는 척 한것도 죄송하고 무지막지하게 글도 많이 올린 것 너무도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 주십시요.
생계유지를 위해 그런 것은 아님을 말입니다.

만약 생계를 위해 목원대학교에 입학을 하였다면 절대로 신학교에 입학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목회의 길이, 목사의 삶이 그래도 세상의 그 누구보다 깨끗하고 정직할 줄 알고 있었기에 신학교에 입학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압니다.
그 땐 내가 너무 어렸고 순진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고 후회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목사라는 직임에 대해 현실이 아닌 젊은 날의 이상을 품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그 이상이 현실이 아님을 누구보다 절절하게 느끼고 있으며 적지않은 원망도 있습니다.
그러나 절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는 세상을 보고 신학교에 들어갔거나 사람을 보고 목회를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내가 갖고 있는 이상적인 목회자의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 모습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에 눌러앉은 이들이 너무도 가엽습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현실에 안주하고
현실의 이득을 쫓고
사람을 보고 사람의 편에 서고
세상을 보고 세상의 가치를 쫓는 목사들을 말입니다.
그러나 그 분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분명 아님을 압니다.
목회하다보니, 살다보니, 서로 생활하기 바쁘다보니 그리 되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너도 똑같은 놈이네'한다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것입니다.
실재로 그런 말을 들을까 두렵기 조차 합니다.

어느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목회도 못할 짓이니 (그만 두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 분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목회도 못할 짓이라면 어찌 목회를 하고 계심인가요? 그냥 밥벌이고 먹고 살기위한 어쩔수 없는 연명인가요? 실망스럽습니다. 그런 분이 아니라 생각을 했었는데.... 주님을 잃으셨군요. 주님을 향한 첫 사랑은 지난 날의 추억일뿐이군요. 첫사랑을 회복하라 말씀을 드리면 건방진 소리라 여기시겠지요? 눈물이 나려합니다."라고.....

이 또한 건방짐이고 잘난채임을 압니다.
그러나 지금도 목회를 못할 짓이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이리저리 얽히고 섥힌 현실(목회자들과 갈등)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목회적 이상을 잃지는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내가 처신을 제일 잘못한 것이 있다면 3월3일 사직청원서를 감리사에게 제출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똑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나는 또 다시 망설이지 않고 사직청원서를 제출할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처신을 잘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이전 관리자 2016-07-11 윤광식목사(은평지방 혜성교회) 모친상
다음 김연기 2016-07-12 제111회 늘푸른아카데미 특강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