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행앵(杏櫻)

함창석
  • 1784
  • 2017-04-15 07:06:58
살구와 벚꽃

우리나라에서 매년 4월이 되면 벚꽃 구경과 놀이의 대표적인 곳으로 화개~쌍계사 ‘십리벚꽃길’이며, 전주~군산 ‘전군가도’, 그리고 진해 · 사천 · 경주 · 공주 마곡사 · 부산 달맞이고개 · 서울 남산과 윤중로 등은 벚꽃 천지다. 그리고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도 새로 조성되는 가로수와 공원에 벚꽃나무를 식재한다. 벚꽃 길을 관광명소로 개발하여 지역소득을 올리고 있다.

벚꽃 차는 우선 벚꽃을 꼭지까지 따서 물에 살짝 씻은 다음 물기를 뺀다. 약 10%의 소금물에 벚꽃을 담가 숙성시킨 다음 병에 보관하여 사용한다. 숙성시킨 벚꽃 1∼2개에 물 한 잔의 비율로 섞어 만드는데, 벚꽃을 찻잔에 넣은 뒤 끓인 물을 부어 1분 정도 우려내어 마신다. 한방에서 약이 되는 차로, 신염· 당뇨병· 무좀· 습진· 기침에 효과적이다.

활의 재료로 벚나무의 껍질은 화피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활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군수물자였다. 세종실록 ‘오례’의 내용 중에 “붉은 칠을 한 홀은 동궁이라 하고 검은 칠을 한 것은 노궁이라 한다. 혹은 화피를 바른다”고 했다. “朱漆曰彤弓, 黑漆曰盧弓, 或塗以樺皮.” 이순신의 『난중일기』 중 갑오년(1594) 2월 5일자에도 “화피 89장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화피(벚나무 껍질)는 활을 만드는 데 쓰였으므로 평안도 강계도호부(平安道 江界都護府)와 함길도(咸吉道) 등에서는 공물(공물)로 국가에 바쳤음이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화피(벚나무 껍질)는 우리나라에서 금하는 물건인데 중국에 밀무역하여 우리나라에는 없게 되었다” 화피를 국가에서 금한 것은 바로 활을 만드는 데 쓰이는 군수물자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효종은 서울 우이동에 수양벚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게 하여 그 나무를 궁재(弓材)로 하고 껍질은 활에 감아 손이 아프지 않게 하려고 했던 것인데 애석하게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구국의 염원은 비록 성취되지 못했지만 그 뜻은 살아서 지금 천연기념물 제38호인 지리산 밑 구례의 화엄사 경내에 있는 수령 3백여 년 된 올벚나무로 이어지고 있다.

옛 시골 마을에는 서너 집 건너 으레 몇 그루씩의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래서 봄이 되면 아담한 초가지붕 위에 뭉게구름이 일 듯 피어올라 장관을 이룬다. 살구꽃에 파묻힌 동네를 멀리서 바라보면 그 연분홍 색깔과 간간히 버드나무의 연푸른빛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동양화를 이루고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난 사람은 고향의 이 정경을 잊을 수 없다.

조선 숙종 때의 문신 김진규는 거제도에 귀양 가서 그곳에 살구꽃이 피자 고향을 그리는 시를 지었다. 화가 이호우는 살구꽃 핀 마을의 인정미를 따뜻한 정감으로 표현하고 목동이 나그네에게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는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의 그림은 평화로운 고향마을을 상징할 뿐 아니라 천하가 태평하여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살구꽃은 관문(官門)에 등용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실제 옛사람들은 살구꽃을 급제화(及第花)라 부르기도 하였다. 옛날 과거의 전시(殿試)는 매년 음력 2월에 실시되는 것이 통례였는데 이때가 바로 살구꽃이 만발한 시절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김부용의 작품에서는 진사시에 급제한 집에서 잔치를 벌이자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을 형상화 한 것이다.

살구꽃은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탐욕과 시기와 질투를 모르는 농부처럼 순박한 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세보의 시조에서는 살구꽃을 소인이라 했다. 살구꽃을 왜 소인에 비유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살구꽃이 소인으로 평가받는 것은 살구꽃이 혼자 있을 때가 아니고 이른바 군자라 일컫는 매란국죽이나 연 등과 대비될 경우이다.

신위의 작품에서는 조선시대에 일반적인 마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마을마다 살구꽃을 봄이 되면 살구꽃이 가득한 풍경을 연출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자란 사람이 타향에서 고향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이미지처럼 떠오르는 것이 살구꽃이 핀 마을 풍경이었다. 살구꽃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임을 알 수 있고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꽃으로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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