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바람의 이야기

최천호
  • 1346
  • 2017-06-01 16:05:34
지나간 바람의 이야기

 

이른 아침에 멈춰 선 강물을 깨우고

물속에서 잠든 산들을 흔들며 걷는 바람

 

화려한 벚꽃을 피우고

꽃잎을 하늘에 날리며 뒤돌아서서 우는 바람

 

여름날 오후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서서

붉게 지는 해를 기다리고 서 있는 바람

 

철 지난여름 바닷가의 텅 빈 모래밭

소란했던 발자국들을 지우는 바람

 

어두운 숲속에 숨어 낮잠을 즐기다

발소리에 놀라 애꿎은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

 

손을 잡고 걷는 젊은 연인의 뒤를 따르며

아주 오랜 시간을 천천히 걷고 싶어 하는 바람

 

지난 세월처럼 뒤돌아 오지 아니하고

흩어져 사라지는 아련하기만 한 바람

 

멀리 가버린 세월을 그리워하여

스쳐 가는 것들이 소중하다며 웃는 바람

 

추수를 끝낸 보리밭 사이를

굳은살 박인 빈손으로 지나고 있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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