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문제] 대학원 비대위의 호소: 결자해지의 방법은 무엇인가

박근조
  • 1817
  • 2017-06-12 09:03:02
지난 1년 간 이규학의 이사회가 결행한 것이라곤 4명의 이사들을 내쫓은 후 서둘러 한달 안에 새 총장을 뽑겠다는 게 전부다. 유명무실 총추위는 재가동됐고 총장선출 공고가 소리소문없이 공표됐다. 이사회가 지목한 4인은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명문규정이 없음은 물론이다. 그리 했다간 큰 일 난다는 걸 안다는 의미겠다.

결국 이런 식으로라도 총장을 뽑고 떠나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총장 예정자를 위한 강행인가? 학교를 위한 결단일까? 떠나는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고자 하는 욕망일까? 이런 모양새는 새 총장을 위해서도 오히려 말려야 할 일인데 말이다.

그건 이미 시작부터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출범하는 총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자리 차지하기’란 35년 전 5공화국 출범과 오버랩된다.

더구나 지금은 이사들이 전체적으로 바뀌는 시기이다. 8월 5일이면 공식적으로 새로운 이사로 전원 교체된다. 지난 1년간 아무런 노력도 안 했던 이규학 이사회가 지금 와서 부랴부랴 총장 뽑고 떠나겠다는 오기는 파렴치한 농단일 뿐이다.

대화노력을 시도하겠다는 말만 늘어놓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그들이다. 서둘러 날림총장을 세워두고 도망치듯 나가겠다는 건 구태 세력의 ‘대못 박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차기 이사회를 위해서도 더욱 도리가 아니다. 뽑겠다는 그들만이 승자이고 모두가 패자(loser)가 되는 구도를 고착시키겠다는 고약한 심사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다음 두 가지만 이뤄지면 이규학 이사회의 욕망은 저지된다.

첫째, 대행 꼬리표를 뗄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실 법한 이환진 총장 대행을 비롯, 스스로 잠재적 유력 총장 후보라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실 교수님들은 지원서를 내지 마시길 부탁 드린다. 둘째, 존재의 정당성을 상실한 총추위는 자진 해산하시라. 의식 있는 총추위원 네 분만 용퇴하시면 된다.

9명으로 구성됐던 총추위에는 교수대표, 직원대표, 학생대표, 동문대표가 포진해 있다. 누구보다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을 이 분들만 결단하시면 이사회의 불순한 욕망을 막을 수 있다.

차기 이사회가 새 판에서 새롭게 총장을 뽑는 것이 가장 권위가 서고 정당한 방법 아니겠는가? 그래야 학교가 살고 학생이 산다. 이것이 모두가 승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학생들이 총장직선제를 대안으로 외친 이유를 아시는가? 학생들은 직선제라는 제도 자체에 함몰된 것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공정성과 형평성을 결여한 절차가 보여준 제도의 붕괴, 그 위험성을 낱낱이 목격한 까닭이다. ‘협잡’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길은 직선제 밖에 없겠다는 절박한 깨달음의 결과가 오늘 학생주권으로 승화된 거다.

만약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한, 누가 봐도 투명하고 심사과정이 공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총장 선출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새로 뽑힌 총장의 권위를 인정하고 승복할 마음의 준비는 진작부터 돼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밀실과 협잡, 야합의 과정 덕에 만들어진 총장이라면 그는 4년 내내 그 자리에 앉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작 ‘자리’ 하나를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판 자라는 오명(汚名)을 어떻게 씻을 수 있겠는가!

지난 몇 년 간 학교 구성원들을 자신의 ‘수족’쯤으로 여기고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이규학 일행이 초래한 감신 사태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 이마저도 그들의 임기종료가 두 달도 안 남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로 이사로 선출될 분들에게 거는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 새로운 권위의 출발을 시작도 하기 전에 앗아가려는 속셈을 단념하시라.

그 더러운 욕망을 채워주기 위한 자리의 최전선에 어쩔 수 없이 투입된 총추위원들에게 호소한다. 더 이상 이규학 이사회의 꼭두각시가 되지 마시라. 그 불명예는 평생을 따라간다. 그 어떤 공헌이나 노력도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을 왜 자처하시는가?

지금 학생들은 단식으로, 점거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투쟁을 절박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 누구도 2학기 등록거부라는 학생들의 ‘대오’ 앞에 나설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학생이 없는 여름 방학을 노려 기습 날치기로 총장을 세워두려는 저의는 분쇄돼 마땅하다.

저들이 작년에 세워둔 두 세 명의 어용 총학 임원 덕에 그럴 일은 없을 거란 착각은 하지 마시라. 비대위의 존재는 곧 총학이 어용이라는 메시지다.

설마 요즘 학생들이 그런 게 가당키나 하겠냐고 코웃음 치는 당신들의 비아냥은 얼마나 오만한 위선인지 깨달을 것이다. 그런 기성세대의 완고함과 교만함 때문에 30여년 전 이한열, 박종철 같은 꽃 같던 청춘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런 일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감신에서 말이다.

더 이상 문제를 키우지 마시라. 당신들이 핸들을 쥐고 있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멈추시라. 그래야 참아왔던 학생들의 짓눌린 분노는 수그러질 수 있다. 만약 이 둘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 후과(後果)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사냥감 주변을 맴도는 하이에나 같은 자들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영합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위대하고 정직한 결단을 내리시길 촉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 책임을 다하는, 가장 어렵고 위엄 있는 일을 완수하는 경우란 바로 지금 같은 때이다.

장성배, 이성림(교수대표), 강수철(동문대표), 장형남(학생대표), 임형일(직원대표) 외 한완수(이사) 총추위원님들은 지금이라도 그 직을 내려놓으시는 것이 사태해결의 결자해지(結者解之)이자 최종 마무리임을 간곡히 알려드린다.

지금 여러분이 이규학 이사회의 명령을 기계적이고 기능적으로 이행하는 것은 유대인 학살 명령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던 나찌 장교 ‘하이인리’가 되겠다는 거다. 가깝게는 광주의 시민들을 향한 발포명령에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따랐던 훈련된 살인기계들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자문해 보시라.

두 달 후 새롭게 구성될 이사회가 완전한 권한을 갖고 새롭게 총장을 선출하는 일이 학교행정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을 끌어왔으면서 단 두 달도 못 기다려 서둘러 총장을 뽑겠다고 설치는 일은 앞으로 4년, 감신을 더욱 수렁의 늪으로 빠트리는 일이 될 뿐이다.

학교를 이런 식으로 완전히 망하게 하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배후에 깔린 게 아니라면 이제 그만 완전히 ‘스톱’할 때가 됐다. 그 해결의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비대위와 학생회는 여러분의 영웅적 결단에 두고두고 고마움을 간직할 것이다.

대학원 비상대책 위원회, 총대학원 여대의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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