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낮은 자리'...높아지고 싶은 한국교회"교회 위기 원인, 목회자 '윤리적 책임' 지적

장병선
  • 1606
  • 2017-07-29 02:23:27
"말 뿐인 '낮은 자리'...높아지고 싶은 한국교회"교회 위기 원인, 목회자 '윤리적 책임' 지적/이원규교수






























영적·양적 침체를 함께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적 신뢰를 잃어버린 목회자들의 회개와 신앙 실천운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받던 한국교회는 이제 국민들로부터 공신력을 잃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상을 위해 기도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걱정거리로 전락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목회자들이 깊이 성찰하고 변화와 갱신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은퇴교수인 이원규 박사(종교사회학)는 지난 20일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표회에서 “지난 시간 한국교회가 걸어온 영욕(榮辱)의 중심에는 목회자들이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공과(功過)에 대해서도 목회자들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 위기를 보여주는 사회적 징표에 대해 “하나는 그동안 눈부시게 성장을 거듭해 왔던 한국교회가 이제 그 성장이 멈추고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뢰를 잃어버림으로 공신력이 한없이 추락한 것”이라며 ‘양적 쇠퇴’와 ‘영적 침체’, 두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양적 쇠퇴의 원인으로는 한국사회의 상황 변화가 교회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을 했음을 지적했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풍요, 복지 향상 등이 종교적 관심을 멀어지게 했고, 이와 함께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 등이 겹쳐 자연스레 기독교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그러나 한국교회 쇠퇴를 촉진한 보다 심각한 요인을 교회 자체에서 찾았다. △세속화(돈·권력 등) △사랑·관심 결여 △권위주의적 태도 △파벌 싸움과 갈등 등 교회 내 다양한 영적·도덕적 문제가 많은 교인들을 교회로부터 떠나게 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사회는 교회가 세상과 다르기를, 성직자와 교인이 비신자들과 다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교회가, 교인이, 그리고 성직자도 비신자들과 다르지 않다. 종교의 본질,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렸다”면서 “결국 영적 쇠퇴가 양적 쇠퇴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교회는 급성장하면서 너무 자만했고 풍요로워지면서 세속화됐다. 1960~70년대의 뜨거운 복음적 열정을 잃어버렸고 성공과 성장에 도취돼 순수한 신앙을 잃어버렸다”며 “특히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을 영성을 말하면서도 부와 권력과 명예 등 세상적인 존귀와 영광과 권세를 추구했으며, 도덕성을 말하면서도 바르게 사는 일에 모범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교회세습이나 교회재정 비리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제시하고, 그밖에 △교권다툼으로 인한 교파분열 △파벌과 금권선거로 치러지는 교단장 선출 △교회매매와 성직매매 △교회의 사유화와 개체교회 왕국의 건설 △성직자의 성적 △금전적 비리 등 많은 문제들로 인해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된 한국교회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며, 목회자는 어떻게 바로 설 수 있을까? 이 박사가 제시한 해답은 간단하다. 영성과 도덕성의 상실이 위기를 불러왔듯, 이를 회복하는 데서부터 한국교회의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먼저 신앙의 본질이요, 교회의 정신이 되는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있는 교회의 현실에 대한 통렬한 회개와 함께 전통주의·권위주의·파벌주의·물질주의에 물들어 있는 비신앙적인 틀을 깨뜨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목회자들에게는 부와 명예, 권세 등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이름도 빛도 없이 섬기는 종의 자세를 요구했다.

또한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결정적인 근거로 지적되는 목회자나 교인들의 부도덕성 혹은 윤리성 부재와 관련해서는 “세상이 목회자와 교인을 평가하는 잣대는 신앙의 수준이 아니라 삶의 도덕적 수준”이라면서 “기독교인들의 삶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칭송받을만한 것이 돼야 한다. 특히 도덕성은 교회 지도자에게는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는 겸손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교만하고, 용서하라고 말하지만 복수하며, 사랑하라고 하지만 미워하지 않는가. 나중이 되라고 하지만 처음이 되려고 하고, 가난해지라고 하지만 부유해지려고만 하며, 약한 자를 돌보라고 하지만 강한 자에게 의지하지 않는가. 누가 한국교회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가? 누가 이런 교인들을 만들어 놓았는가?”라고 자문하며 “목회자들이야말로 성경 말씀보다는 사람 말, 세상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는 한국교회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이때 ‘오직 믿음으로만’(sola fide), ‘오직 은총으로만’(sola gratia), ‘오직 성서로만’(sola scriptura)이라고 하는 종교개혁의 원리와 정신을 바로 깨닫고 실천하면서 교인들을 바른 길로 이끌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고, 성직자가 성직자답지 못했으며, 교인이 교인답지 못했던 종교개혁 당시 중세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오늘날 한국교회와 비교하며, 참된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회개운동과 신앙 실천운동이 목회자들로부터 시작돼 한국교회 전체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했다.

정원희 기자  whjung@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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