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태양

최천호
  • 1115
  • 2017-08-02 20:16:39
팔월의 태양

 

최천호

 

나에게 지극하신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겨울에는 먼 남쪽에 계시어

바람만 심란하게 달음질하고

벌거벗은 나무들이 소리 내어 울고 있으니

서글프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는

우리 삶의 마지막 날을

생각하게 하는 듯

오랫동안 숙연한 침묵에 빠져들게 합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시던 당신이

한걸음 가까이 오시어 내려 보시니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팔월, 긴 하루를 밝히는

당신의 두 눈이 두려워

고개를 숙여 외면하고

이리저리 그늘만 찾아다니며

불꽃으로 타오르는 당신을 피해

아담처럼 숲속으로 숨어듭니다

 

나에게 지극한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팔월의 태양이

살갗을 찌르듯이 뜨겁다고

탓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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