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남기수
  • 1994
  • 2017-08-23 08:36:50
빗소리에 잠을 깹니다. 모두 잠든 깊은 새벽에 빗소리는 더욱 큽니다.

어느 분은 양철로 지붕을 덮습니다. 떨어지는 다양한 멜로디를 듣고자

함입니다. 가끔 서재를 둘러보다가 자연주의자 소로우에 눈길이가 책을

빼어듭니다. 나도 모르게 어떤 목마름에서 나오는 몸짓입니다. 성경을

펼치듯, 아무데나 펼쳐 봅니다. “사계절과 벗이 되어 지내는 동안 나는 그

무엇도 삶을 우리의 짐이 되게 할 수 없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알쏭달쏭

합니다. 또한 “아주 거칠었지만 뚜렷하게 되강오리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새소리와는 달리 나그네의 심금을 울리는 그 소리를, 가슴 떨리는 소리를

들으며 몇 시간이고 눈을 뜬 채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그 명예를 뒤로한 채 콩크드 강가에 삶을 맡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삶의

신비를 알아 챕니다. 어떤 갑자기 다가온 느낌이 아니라 사계절의 긴

시간을 지낸 후, 야생의 태고적 신비를 체감 하면서, 한 소리를 전합니다.

인간의 삶은 그 무엇도 짐이 될 수 없습니다. 태어나면서 관습, 사회 구조

가운데 형성된 틀, 가치관, 습관 등에 억눌려 무거운 짐에 허덕이는데,

야생의 울림이 그것을 끊어 냅니다.

예수께서는 어떤 중요한 삶의 길목에서, 결단을 앞두고 외딴곳으로 물러나

홀로 산에 오르십니다. 보잘것없는 보리떡,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입니다. 군중

들이 몰려듭니다. 선교의 정점인 듯 보입니다. 그들이 바라던 메시아의 출현입니다.

재빨리 임금으로 모시려 합니다. 그때도 물러나 산으로 가십니다. 무엇인가요. 어떤

소리를 듣고자 함인가요.

18세기 루소는 “우리의 도덕에서는 천박하고 믿을 수 없는 단조로움이 지배적이다.

항상 관습을 좇고 결코 각자 나면서부터 정해진 정신을 따르지 않는다. 또한 끊임없는

억압 속에 구속당하고, 사회라는 무리를 만들어 동일한 상태에서 모두 똑같이 되어

버린다”고 당시 현실을 비판 합니다. 프랑스 혁명의 기초가 됩니다.

콩크드에서, 산에서, 자연에서 이 땅의 두꺼운 허층을 뚫어내고 하늘의 소리를 듣네요.

온통 뒤틀리고 방향을 잃고 짐을 지고 허덕이는 군중에게, 모든 짐을 나에게 내려놓으라

쉽고 가벼운 내 멍에를 배우라고 예수께서는 초청합니다.

수련기간 우리도 한 소리를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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