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에서 교회를 섬기시는 목사님과 장로님들께

박용훈
  • 2192
  • 2017-09-02 10:23:48
- 인천광역시에서 교회를 섬기시는 목사님과 장로님들께 -

작년 6월... 제가 살고있는 인천광역시 남구 구의회에서는 <남구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인천의 몇몇 교회의 목사님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단체가 폐지를 주장하여 결국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또, <인천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역시 개신교 단체의 공격적인 반대로 여전히 보류중에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인권에 관한 조례가 없는 곳은 인천 뿐입니다.

인권조례 반대 단체 활동을 하시거나 반대 성명에 동참하신 목사님, 장로님들께서 걱정하시는 '동성애'라던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대해 걱정하시고 우려하시는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감리교 신학생으로서 세상의 흐름과 문화를 교회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교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천 남구 구의회에서 내놓은 조례안과 개정안에는 '동성애'와 '성적 지향' 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저 청소년, 아동, 장애인, 노인을 국민으로 인정하고 '차별해선 안 된다' 라는 표현이 있을 뿐입니다. 인천시의회에서 발의했던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밴드에 올라오는 글들은 이것을 왜곡하여 '동성애 조장'으로 못박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교계에는 인권을 말하고, 차별 금지를 요구하면 동성애를 옹호, 조장하고 합법화하려는 시도로 간주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천에 사는 시민이고 교인임에도 이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용기내어 글을 쓰는 이유는 정말 쪽팔리고 미안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를 섬기고 지역선교를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는 교회가 인권증진과 보호를 하려는 시의원, 구의원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노력에 훼방을 놓고 '뒤에서' 압박, 압력을 넣는 것이 기독교인이자 신학생으로서 부끄럽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알바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을 '기독교적이지 않다', '비성경적이다'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지켜야 한다는 조례, 인권센터가 마련되어야 한다 라는 내용의 조례가 통과되지 않으면 인천시의 청소년들은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호소하고 상담받을 '인권센터'도 없는 노동의 현장을 마주해야 하며 목사님들과 장로님들께서 섬기시는 교회의 다음세대 역시 사회적 약자로서 복지 사각지대, 인권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알바 현장에서 임금체불, 폭언, 성추행에 시달려야 하는 장애인, 노인, 여성, 청소년들에게 지역교회가, 예수님이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그들을 대변하고 목회적 돌봄의 방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도록 돕고 보호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법]인 조례 조차 앞장서서 반대한다면 교회가 외치는 '다음세대 사역'과 '영혼 구원'은 거짓말이 되어버리고 복음 전도와 선교의 길은 막혀버리지 않을까요.

아시다시피 갈수록 교세가 쇠퇴하고 있습니다. 감리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슴아프게도 가나안교인 이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서, 구도심이 신도심으로 옮겨가서 라고 보기에는 교회를 다니던 이들이 교회와 기독교에 실망해서, 상처받아서 떠나는 일이 빈번한 것 같습니다. 동의하기 어렵고 걱정 되시겠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어 인권 침해와 각종 못된 횡포에 시달리는 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의 인권 신장을 위해 그들을 위로해야 할 교회가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청소년과 청년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만한 지역교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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