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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추첨(抽籤)
함창석
- 1206
- 2017-09-26 06:44:47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고 너희를 애굽인의 손과 너희를 압제하는 모든 나라의 손에서 건져내었느니라 하셨거늘 너희의 하나님을 오늘 버리고 이르기를 우리 위에 왕을 세우라 하는 도다. 그런즉 이제 너희의 지파대로 천 명씩 여호와 앞에 나아오라 하고 사무엘이 이에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가까이 오게 하였더니 베냐민 지파가 뽑혔고 베냐민 지파를 그들의 가족별로 가까이 오게 하였더니 마드리의 가족이 뽑혔고 그 중에서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으나 그를 찾아도 찾지 못한지라.(삼상10:18-21)
제비뽑기(lot)는 종잇조각이나 나무쪽을 필요한 숫자만큼 만들어 뽑아, 거기에 적힌 기호나 문구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 · 길흉 · 승패 · 당락 · 우열 · 등급 · 차례 등을 결정짓는 놀이의 한 방법이다.‘제비’는 ‘잡다’의 명사형인 ‘잡이 · 잽이’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인데, 한자로는 추첨이라고 한다. 인위적으로 만든 객관적인 표적에 의해 운명을 미리 알려는 객관적 · 인위적 점복의 형식이었다. 제비뽑기는 처음에는 이와 같이 우연의 결정을 신의 뜻(神意)으로 받아들인다는 종교성을 띤 심각한 일이었는데, 뒤에는 사람들 사이의 어려운 분쟁을 단순히 시비 없이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그 성격이 바뀌어갔다.
신라 진성여왕 때 아찬 양패(良貝)가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다가 풍랑을 만났다. 그런데 꿈에 한 노인의 현몽을 받고 나뭇조각(木簡) 50개에 수행한 군사들의 이름을 써서 바닷물에 띄웠다가 그 이름이 물에 잠긴 거타지(居陁知)를 섬에 남도록 결정하였다고 전한다. 바로 그러한 것이 제비뽑기의 예에 해당한다. 오늘날 어린이들 사이에 널리 행해지는 ‘사닥다리타기’나 또는 ‘심지뽑기’ 같이 단순히 승부를 겨루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놀이로도 바뀌게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제비뽑기는 학생의 학교 입학, 아파트 추첨, 복권 추첨 등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행하여지고 있다.
‘흔듬제비’는 표를 한 한개의 돌이나 동전 또는 윷이나 주사위 등을 던져서, ‘뽑음제비’는 글을 쓰거나 표를 한 제비를 접어놓거나 또는 화투짝이나 트럼프짝을 안이 보이지 않게 하여 놓고, ‘구슬제비’는 복잡한 길이 만들어진 통 속에 구슬을 넣어 그것이 굴러 나오는 결과를 보는 방식이다. 이 놀이는 윷놀이 · 승경도놀이 · 화투 · 투전 · 주사위놀이 등과 같이 순전히 우연의 원리에 입각한 놀이이다. 상대에게 승리한다고 해도 놀이하는 사람의 힘과 아무 상관이 없다. 놀이하는 사람은 수동적이어서 기량이나 지성·훈련 등의 수단을 사용할 수가 없고, 다만 운명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서아프리카의 요르바족은 전쟁시, 풀의 줄기를 복수로 쥐고, 미리 접혀 있는 것을 맞춘 것을 사(邪)로 본다. 동아프리카의 난디족이나 마사이족은 들소의 뿔에 넣은 작은 돌을 흔들어 떨어뜨려서, 홀수인가 짝수인가로 점친다. 아프리카에서는 조개, 나무열매, 동물의 뼈나 이빨, 새의 부리 등을 조합한 것을 던져서, 그 형상에 의해서 점치는 방법이 발달되어 있다. 고대 유럽에서는 미리 표시를 해둔 가지나 나무조각을 뽑는 방법이 널리 행하여졌다. 북구에 사는 랩인은 그림을 그린 샤먼의 북의 가죽면에 풀 등의 작은 원을 놓고, 북을 가볍게 두들겨서 동그라미의 위치로 점친다.
티베트는 곡식 알맹이를 쌓아놓은 더미에서 한주먹 쥐어서 짝수인지 홀수인지로 점치는 방법 등 많은 방법이 있다. 미얀마의 산지에서는 나무판 위에 알을 던져서 껍질 파편의 위치로 점을 치고 오세아니아에는 코코넛을 팽이처럼 돌려서 쓰러지는 방향으로 점치는 방법이 있다. 고대 유대인은 노상에서 만난 어린이에게 성전의 문구를 읽혀서 그 내용으로 점쳤다. 지금도 무속에서 오방기를 빼는 것, 점복가가 댓가지 · 산가지 또는 종이 등의 점괘를 빼는 것, 점복가가 돈이나 쌀을 던져 그 모습을 보고 점을 치는 척전점이나 척미점, 그리고 새점 · 물방개점 등도 복점 형식의 제비뽑기에 해당한다.
성서, 코란, 불전 등의 성전이나 호메로스 등의 고전의 임의의 페이지를 펼쳐서, 그 내용으로 점치는 방법은 유럽에서 동아시아에 걸쳐서 널리 행하여진다. 주사위나 트럼프도 원래는 점, 제비뽑기의 도구였다. 현실적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나 앞날의 일들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사용하던 일종의 신탁 도구였다. 제비뽑기는 주술(미신)적 차원과는 달리 모든 일의 결정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달려 있다는 신앙에서 출발된 제도다. 이 제비뽑기를 통해 나타난 결과는 결국 하나님의 판단으로 여겨져 모든 관련자들로부터의 순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