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에서 올라오는 한 소리

남기수
  • 1354
  • 2017-10-12 00:44:53
요즘 마태복음을 한 땀  한 땀  읽고 있습니다. 니체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쇼팬하우어의 책을 발견해서 커다란 영감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백석의 사슴이라고 하는 하는 시집은 눈밝은 윤동주에 뜨여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라디오 프로에서 들은적이 있습니다. 당시 쇼팬하우어의 "의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칠십권 정도 출판 된 정도니, 그것도 읽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사장되어 버리는 것인데, 니체의 눈에 띈 것이지요. 백여권 출판된 백석의 시집 사슴도 그렇구요.

연휴기간에 독일 괴테가 육십년 동안 써온 파우스트 강의를 듣는데, 독일 사람들이 제일 읽고 싶은 책은 첫째로 성경이고 그 다음은 파우스트라고 하네요. 물론 읽지는 않고요. 우리의 모습도 동병상련이 아닐까요. 물론 열심히 읽는 사람들에게는 죄송하구요.

제가 읽은 본문은 팔 장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선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 따르겠습니다. 어느 율법학자의 요구에 여우도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예수께서 말씀한 대목입니다. 놀랍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한 마디로 명백하게 진리의 근원을 드러낼까요. 내가 서 있어야 할 어떤 바탕 조차도 그냥 털어버리는군요. 그런데도 따라올 수 있는가라는 반어법으로도 보입니다.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쏟아내는데, 당시 헤롯도 깜짝 놀라고 성전 지도자들도 어쩔줄 모릅니다. 이제껏 높이고 세우고 늘이고 쌓고 분별하는 터위에 울타리를 치고 살아 왔다면, 예수는 한 티끌조차 걸림이 없는 비움의 문을 열고 통채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부모를 장사하고 따르겠습니다.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어떤 것도 껴들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값진 금가루조차 붙는 것도 거치장스러울 뿐입니다.

그런데 그 근원에서 올라오는 한 소리에 갈릴리, 유대 예루살렘이 들썩입니다. 귀신들이 쫓겨가고 사람들의 온갖 병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 보화가 예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준비된 하나님의 나라가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다 있습니다.죽어도 죽지 않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인생의 문제가 해결된 은총입니다. 인위적인 것과 조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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