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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 그 무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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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 2017-10-18 23:17:41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 사람들로 인해서 삶의 전환점이 되거나, 궁극의 문제를 풀지 못해 끙끙 대다가 어떤 만남을 통해 해답이 풀릴 때, 적절한 때에 다가오는 섭리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있습니다. 괴테가 60여년 동안, 평생 씨름한 작품입니다. 사망하기 일주일 전까지도 이 작품을 붙들고 있었다고 하네요. 저의 경우 여러 번 손에 책이 들려지기는 했지만, 번번히 감당이 안되고 마음에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 덮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파우스트를 손에 들었는데, 마침내 시절 인연이 다가온 것인지, 온통 저를 끌어 들이고 있습니다.
비극의 서문에서 파우스트의 절규하듯 독백이 쏟아지는데, 몇 구절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오오, 너 온 누리에 가득찬 달빛이여, 얼마나 많은 밤잠 못 이루며, 이 책상 앞에서 널 지켜보았던가. 그럴 때마다, 애수에 찬 벗이여,넌 책들과 종이 너머로 나를 비춰 주었지... 네 이슬을 맞으며 상쾌한 목욕을 할 수 있다면! 이 저주 받은 답답한 벽들의 골방, 좀이 슬고 먼지가 뒤덮인 채, 빛바랜 종이들이 꽂혀있고, ... 이것도 너의 세계라 할 수 있을까" 이 대목을 접하는 순간 뭔지 모르게 공명이 일어 나면서 나도 모르게 한동안 박수를 쳤습니다.
당신도 평생을 찾고 구한 것이 그것이었군요. 그걸 찾아 일생을 배회 하셨군요. 외람되지만 괴테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외롭게 홀로 가는 길에 , 듣는이 없는 메아리만 들려오는데, 외롭지 마, 나도 평생 빛을 찾아 떠났지. 네 옆에 도반이 되어 줄게, 속삭이며 제 어깨를 두두리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마태복음 12장에서도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메시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네요. "그는 다투지도 않고, 외치지도 않을 것이다. 거리에서 그의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에수께서는 수많은 군중들이 몰려들고 임금 삼으려 하는데도, 그들을 황급히 물리치고 산으로 숨으셨나 봅니다.
그 때에, 말씀이 들려지는 때, 시편 기자처럼 하늘을 쪼개고 오는 하나님의 시간 카이로스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