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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잔을 채우시는 하느님..
최범순
- 1299
- 2017-12-22 21:12:07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솟는 샘과 펌프 샘이 있었다
싱그러움을 맛보려면 바깥마당에 있는 샘물을 퍼 오고,
급하게 많은 물이 필요할 때는 안마당의 펌프 샘을 이용했다
그런데 1년에 한 번은 저녁 식사 후에 바깥 샘을 다 퍼냈다
긴 호스를 이용해서 아랫동네로 흘려보내면서,
동시에 아버지와 형들은 두레박이나 바가지로 부지런히 물을 퍼낸 뒤에,
바닥을 긁어서 청소하고 소독약을 뿌렸다
그래도 이튿날이면 그 깊고 큰 샘이 언제 비워졌었느냐는 듯이,
맑은 새 샘물로 가득 차고도 넘쳐 흐르고 있었다
샘이 깊고 커 봤자 하느님에게는 하나의 잔에 불과한 것이다
대림절기를 지나면서 나름대로 큰 은혜를 체험한다
절기 용 묵상집이나 새벽기도 용 책자들이 여기저기서 오는데,
읽어보고 그대로 며칠 해 보니 안 되겠다
나는 나로써 하나의 잔인가 보다
그 분의 은혜의 포도주를 받을 나름의 잔일 뿐더러,
실제로 하느님은 날마다 그 잔을 채우시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전보다 좋은 생명의 포도주를 나눠주는 기쁨도 누렸다
하느님은 분명히 만인의 하느님이시다
하지만 만인에게는 각자의 실존이 있다
실존적 만남이 아닌 공산품 같은 하느님은 죽은 하느님이다
나의 하느님,
나라고 하는 초라한 잔에 생명으로 담겨 오시는 하나님!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