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老목사님과 변호사의 대화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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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2 06:06:13
날씨가 유난히 춥던 겨울 어느날,
한 변호사가 서재에 있는 노老목사님을 찾아 왔습니다.

"목사님, 혹 시간이 있으시면 저와 대화 좀 하실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어서들어오세요. 날씨가 아주 춥지요?"
"네, 날씨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겨울 날씨가 추워야 정상이긴 하지만 너무도 춥네요... 그런데 어쩐 일로 이 늙은이를 찾아 오셨습니까?"

"아, 네. 저는 변호사인 홍신기입니다."
변호사는 명함을 노老목사님께 드리며 자신을 소개하였습니다.

"전 변호사이지만 교회 장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단에선 미력하나마 교단의 발전을 위하여 법자문위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 그렇군요. 변호사시라 바쁘실텐데... 참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군요."
"아닙니다. 장로로서 마땅한 일이라 여기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교단과 교회를 섬기려 하고 있습니다."
"허허허 그러시군요. 정말로 변호사님과 같은 분이 이 시대에 필요한 듯합니다. 그런데 내겐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

"아, 네. 지금 제가 헌신하는 교단에 아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일이 쉽게 풀려가지가 않습니다.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하도 답답하여 목사님을 찾아 뵙고 조언을 구하려 함입니다."
"에고, 나 같은 늙은이가 무슨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 추운 날 찾아 오셨습니까? 좀 미리 연락이라도 하셨으면 저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인데 대접이 너무 소홀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목사님, 불쑥 찾아온 제가 실례를 한 것인데요. 제가 오히려 죄송할 뿐입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사실 나 같은 늙은 목사를 찾아오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늘 한가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요. 도리어 제 말동무가 되어 주시니 오히려 내가 고마울 뿐입니다. 그러면 어디 말씀을 해보시지요."
"네, 이야기가  조금 길어 질 것 같은데.. 이해하여 주시고 잘 들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홍신기 변호사는 노老목사님께 그동안 자신의 교단에 있었던 일들을 차근 차근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에고 교회가 그러면 안되는데.... 참으로 안타까우시겠습니다."
"네, 그렇죠. 법자문위원으로 열심히 노력은 해보았지만 너무도 완고한 목사님들이 계셔서 일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을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변호사님의 말씀인 즉슨 현재 한 문제를 두고 교단법의 판단과 사회법의 판단이 서로 충돌을 하고 있음으로 교단적으론 앞으로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답답하면 이렇게 목사님을 다 찾아 왔겠습니까? 목사님이라면 어찌하실런지요?"

노老목사님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커피를 마시며 책상 바닥만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목사님! 목사님도 어려우신가요? 이 문제를 어찌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뿐입니다."

노老목사님은 눈을 들어 창밖을 바라보시며 뭔가 깊은 생각을 하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어느 정도 좀 시간이 지났을까 노老목사님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 놓으며 큰 숨을 내뿜었습니다.

"주여!.. 변호사님, 변호사님께서 내게 찾아 와주신 것은 너무도 감사한 일인데... 법적인 문제를 변호사님께서 어찌 목사인 내게 묻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 그거야 목사님의 지혜를 듣고 싶어서 입니다. 목사님이시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목사가 무슨 법에 대하여 그리 잘 안다고.... 오, 주여..."
노老목사님은 변호사의 질문을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기왕 이리 찾아왔으니 나도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아! 그게 뭔가요?"

"그럼 같은 문제를 두고 교단법의 판단과 사회법의 판단이 서로 다름으로 충돌을 빚고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결국 그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 것입니다."
"그래요. 어찌 그리 판단이 되었을까? 참으로 안타깝군요. 그렇다면 한 문제를 두고 두 법이 서로 충돌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경우 세상의 법은 어떤 법을 우선하고 있습니까?"
"아니 무슨 우선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까? 같은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법이 충돌을 하고 있다면 그런 경우를 대비하여 어떤 법이나 판단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뭐 그런 법도 또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목사님, 그런거 말고요. 목사님은 교단법을 사회법보다 더 중하게 생각을 하시나요? 아니면 교단법도 중요하지만 사회법이 교단법 보다 더 중하다 생각을 하시는지 그 말씀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허허허 참, 변호사님은 그런 것을 왜 목사에게 묻습니까? 법적인 문제이니 오히려 목사가 변호사님께 물어야 할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 교단도 변호사님을 법자문위원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변호사님은 괜한 염려하시지 마시고 법전문인으로써 법대로 판단 하시면 될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아니..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닌데요...."

"허허허.. 참, 목사인 저는 교단의 법은 목사들에게 맡기고 사회법은 사회 법전문인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변호사님은 법전문인 답게 변호사님의 판단에 따라 행하면 되실 듯합니다. 괜한 호들갑으로 교회를 더 어지럽히지 마시고 말입니다. 교회가 혼란에 빠진다 하여도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 입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요. 변호사님은 변호사로써 하실 일을 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오늘날 교회 가운데 어떻게 역사하시어 교회를 바르게 세우시는 지를 변호사님도 보게 될 것입니다. 교회를 세우시는 이도 주님이시오 교회를 허무시는 이도 주님이실진데 교회의 장로가 되어 무엇이 그리 염려가 많으십니까?"

"아, 그런가요? 괜한 걱정인가요?"

"그럼요. 교회는 주님의 것입니다. 그러니 변호사님이 교회를 세우려 할 필요도 없고 허물어질 것을 염려하실 필요도 없으십니다. 오히려 변호사님의 그런 염려와 걱정이 교회와 교단을 혼란스럽게 하는 듯합니다. 그러니 가셔서 다른 염려는 하지 말고 법대로만 모든 것을 공정하게 판단하고 행하십시요. 사람에 치우치지 말고, 권력에 휩쓸리지도 말고, 자신의 욕심에 더더욱 치우치지 말며 오직 법대로 공정하게 행한다면 그것이 곧 교회와 교단을 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지금 변호사로, 교단 법자문위원으로 주께서 세우심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그래도 목사님까지 이러시면 안되죠. 제가 이 추운날 목사님을 찾아 온 것이 이런 소릴 듣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니지않습니까? 목사는 교회법과 사회법 중 어느 것을 먼저 따라야 합니까? 목사님 답게 분명하게 밝혀 주십시요?"

노老목사님은 난감했습니다. 뭔가 작심라도 한냥 홍신기 변호사의 얼굴색은 울그락 불그락 변해가면서까지 추궁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너무도 안타까왔습니다.

'오호라! 현장에서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이끌고와 모세의 법입니까? 아니면 로마의 법입니까?를 예수님께 물었던 율법사들의 모습이 저런 모습이었구나!'

노老목사님의 눈에는 혈기를 부리면서까지 대답을 구하는 홍신기 변호사의 모습에서 유대 율법사들의 모습이 오버랩이 되어 보였던 것입니다.

"변호사 양반, 그들 중에 진정 교회법에 무흠한 목사와 장로가 있다면 무흠한 그로 하여금 먼저 사회법을 따라 행하라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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