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산다는 건

이경남
  • 1195
  • 2018-04-01 17:37:21


우리가 산다는 건
-이경남

아직은 우리가
호흡을 하고
맥박도 뛰고
두뇌도 움직여
이렇게 젊고 아름답게 살아가지만
그러나 언젠가 우리의 호흡도
맥박과 뇌파도 멈추어지며
우리 육체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 부르며 슬퍼하고 두려워하지만
그러나 정작 우리가 슬퍼하고 두려워해야할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번식을 하며
왕성하게 살아도
만약 우리의 영혼이 죽어
삶의 소명도 열정도 식어 버린채
그저 연명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살아도 산게 아니다

우리가 산다는 건
우리의 두뇌가 치열히 탐구하며 분별하는 것을 말하고
우리의 심장이 맥동하며 가슴이 뜨거운 것을 말하고
우리의 마음이 거짓과 부정에 매몰되지 않고 순결한 것을 말하고
우리의 양심이 살아 정직하고 진실한 것을 말하고
우리의 손과 발이 수고로이 일하는 것을 말하고
우리의 육체만 아니라 영혼이 살아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우리가 산다는 것 아니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니
비록 힘이 들고 고달플지라도
살아도 산게 아닌 죽은 인생이 아니라
죽어도 죽지 않는 산 인생으로 살지니라

2018.3.31.  부활절 전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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