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

김정효
  • 1159
  • 2018-04-20 16:30:04




4월은 잔인한 달 ..T.S 엘리엇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멍청한 뿌리를 봄비로 뒤흔드니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네
망각의 눈[雪]으로 대지를 덮어주고
마른 덩이줄기로 가냘픈 생명을 이어주었으니

1922년에 발표된 이 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서구인들의 내면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명분 없는 전쟁의 참화를 겪은 사람들은 가치관을 상실한 채 적극적인 삶의 의욕마저 포기하고 취생몽사(醉生夢死)의 나날을 이어간다. 마치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와 같은 삶이다. 멍청하고 무기력한 뿌리와 같이 취생몽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4월 달 봄비가 내려 새 생명을 싹 틔우는 것은 분명 잔인한 일이다. 잠든 영혼을 각성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지난겨울이 따뜻했다고 느낀다. 대지를 덮은 눈이 모든 걸 잊게 해주고, 땅속 마른 덩이줄기가 영양분을 공급해주어 최소한의 생명은 이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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