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을 맞는 열 처녀 비유<마태복음 25:1-13>

최세창
  • 1669
  • 2018-05-29 19:49:24
본서의 독특한 비유인 신랑을 맞는 열 처녀 비유는 【1】“그때에 천국은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로 시작된다.
“그때에”(토테, τότε)는 그리스도의 재림의 때를 의미한다.①
“천국”은 3:2의 주석을 보라.
“마치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와 같다 하리니”는 9:15의 주석을 보라.
“등”은 람파다스(λαμπάδας)이며 횃불이나 등불을 의미한다. 그것들은 쇳조각이나 질그릇 또는 오지그릇의 둘레에 올리브기름을 묻힌 헝겊을 감아서 만들었는데, 간혹, 그 가운데는 기름을 담을 수 있도록 오목하게 하였고, 나무 손잡이를 달았다.②
“신랑”은 재림하실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는 신랑 친구(A. Barnes, C. R. Erdman)가 아니라, 신부 들러리(E. H. Plumptre, W. Hendriksen, D. A. Carson)나 신부의 친구들③을 가리키는 것으로, 여기서는 그리스도인들을 의미한다.
이어서 예수님은 【2】“그 중에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지라”라고 하셨다.
“미련하고”(모라이, μωραί)는 “슬기 있는”(프로니모이, φρόνιμοι)의 반대말이다. “슬기 있는”(프로니모이, φρόνιμοι)은 ‘지각 있는’, ‘분별 있는’, ‘슬기로운’, ‘지적인’, ‘이성적인’, ‘현명한’ 등을 의미한다(10:16, 24:46, 25:2, 4, 8, 9).
“다섯은 미련하고 다섯은 슬기 있는지라”는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처녀들과 충분히 준비한 처녀들을 대조한 것으로, 재림하실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생활을 하지 못한 그리스도인들과 믿음을 지키는 생활을 한 그리스도인들을 의미한다(딤후 4:7). 이 표현을 근거 삼아 “형식적인 교인과 중심의 신자”(이상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주석서와 주해서에서 인용할 경우에는 저자의 이름만 밝혔고, 같은 견해를 가진 학자들이 네 명 이하일 경우에는 본문의 괄호 속에 이름만 밝혔음.
1) A. Barnes, E. Schweizer, W. C. Allen, 이상근.
2) 참조: A. Barnes, E. Schweizer.
3) H. Alford, R. C. H. Lenski, E. Schweizer, 黑崎幸吉, 이상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 이름만의 그리스도인들과 참된 그리스도인들로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구원받지 못하는 숫자와 구원받는 숫자의 비율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예수님은 【3】“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4】“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라고 하셨다.
미련한 다섯 처녀들이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갖지 않은 이유는 신랑이 곧 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거나, 마음이 들떠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슬기 있는 다섯 처녀들은 신랑이 올 시간이 확실하지 않으므로 등은 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릇에 기름까지 담아 가지고 갔다.
“그릇”이 마음을 상징하고 “기름”이 성령을 상징한다고 하면서 성령을 받지 못한 자와 받은 자로 구분하는 것은, 이 비유가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가 아니라 깨어 준비하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는 점과 열 처녀의 등에도 기름이 담겨 있다는 점과 5절에 “다 졸며 잘 새”라고 한 점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신랑을 기다리던 열 처녀에 대해, 예수님은 【5】“신랑이 더디 오므로 다 졸며 잘 새”라고 하셨다.
“신랑이 더디 오므로”는 그리스도의 재림이 제자들이 기대한 것보다 지연될 것이 암시되어 있다(Trench in 이상근).
열 처녀는 신랑이 더디 오므로 기다리다 지쳐서 다 졸며 잤다. “육의 약함은 모든 신자에게 공통된 것이다”(黑崎幸吉). 물론, 이 표현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졸거나 잔다는 뜻은 아니다. 이 표현은 그리스도의 재림의 때를 아무도 모른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랑이 도착한 상황에 대해, 예수님은 【6】“밤중에 소리가 나되 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라 신랑이로다 맞으러 나오라 하매”라고 하셨다.
유대의 결혼식은 보통 초저녁에 시작했으나, 때로 어떤 이유로 식을 올릴 신랑이 밤중에 도착하기도 하였다.
신랑이 왔으니 맞으러 나오라는 소리를 들은 열 처녀의 반응에 대해, 예수님은 【7】“이에 그 처녀들이 다 일어나 등을 준비할 새” 【8】“미련한 자들이 슬기 있는 자들에게 이르되 우리 등불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 달라 하거늘”이라고 하셨다.
밤중까지 불을 켜고 있었으므로 기름이 거의 다 소모되어 등불이 꺼져 가는 것을 알고 당혹한 미련한 다섯 처녀들이, 슬기 있는 다섯 처녀들에게 “우리 등불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좀 나눠 달라”라고 하였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나, 불충분한 준비를 한 사람은 반드시 불행한 결과를 만나게 되어 있다. 닥치면 다 하게 마련이라고들 하는데, 준비 없이 하는 일이 얼마나 오죽잖겠는가?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것은 천국에 대한 준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간곡한 부탁을 받은 슬기 있는 다섯 처녀들의 반응에 대해, 예수님은 【9】“슬기 있는 자들이 대답하여 가로되 우리와 너희의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 하니”라고 하셨다.
역시 슬기로운 처녀들이었다. 그녀들은 냉정할 정도로 지혜로워서 “우리와 너희의 쓰기에 다 부족할까 하노니 차라리 파는 자들에게 가서 너희 쓸 것을 사라”라고 하였다. 이것은 남을 돕고 안 돕고 하는 등의 도덕적 상황이 아니라, 최후 심판자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맞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인생살이에도 남이 도울 수 없는바 자신만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있다.
미련한 다섯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동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예수님은 【10】“저희가 사러 간 동안에 신랑이 오므로 예비하였던 자들은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지라”라고 하셨다.
미련한 다섯 처녀들이 기름을 사기도 전에 신랑이 왔으므로, 기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을 충분히 준비한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은 함께 결혼 잔치에 들어갔고, 문은 닫혔다.
“혼인 잔치”는 신랑의 집에서 열렸고(시 45:15. 마 22:1-10,요 2:19), 경우에 따라서는 신부의 집에서 열리기도 하였다(창 29:22, 삿 14:10). 연석에서는 축사, 음악, 무용 등이 행해졌다(22:1-14의 주석을 보라).
“혼인 잔치”는 천국의 잔치를 의미하고, “문”이 닫힌 것은 천국의 문이 닫힌 것을 의미한다. 칼빈(J. Calvin)은 “드디어 천국의 문은 예비하지 못한 모든 사람에게 닫힌 것이다.”라고 하였고, 벵겔(J. A. Bengel)은 “그 문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은 문이 닫혔을 때에 서 있어야 될 그들의 비탄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기름을 사 가지고 온 미련한 다섯 처녀들에 대해, 예수님은 【11】“그 후에 남은 처녀들이 와서 가로되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라고 하셨다.
“주여 주여 우리에게 열어 주소서”는 천국의 문이 닫힌 후, 즉 최후 심판이 끝난 후에도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간청은 비유의 핵심적인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덧붙여진 것이다.
주인의 반응에 대해, 예수님은 【12】“대답하여 가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너희를 알지 못하노라 하였느니라”라고 하셨다.
신랑과 동행하지 않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혼인 잔치에 참석할 자인 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의 안다는 말은 참된 친구나 제자 등 어떤 자격이나 신분의 사람으로 인정하고 사랑하고 시인한다는 뜻이다(7:23, 시 1:6, 딤후 2:19, 살전 5:12).
비유를 마치신 예수님은 그 비유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 【13】“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를 알지 못하느니라”라고 하셨다.
이 구절은 24:42-44의 주석을 보라.

※ 출처: 최세창, 마태복음(서울: 글벗사, 2004, 1판 1쇄), pp. 635-638.

필자의 newrema.com의 저서들: 신약 전체 주석(마-계)/ 난해 성구 사전 I, II권/ 예수 탄생 이전의 구원/ Salvation Before Jesus Came/ 바울의 인간 이해/ 바울의 열세 서신/ 우린 신유의 도구/ 눈솔 인터넷 선교/ 영성의 나눔 1, 2, 3, 4권/ 영성을 위한 한 쪽/ 설교집 26권/ 눈솔 예화집 I, II. (편저)/ 웃기는 이야기(편저).// 다수의 논문들 TEL. 02-426-3051

이전 최범순 2018-05-29 참 역겨운 평준화
다음 최세창 2018-05-29 우리 교단에도 겸손한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