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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무대행 이철 목사님께.
오재영
- 1977
- 2018-05-28 07:34:59
제가 목사님을 처음과 마지막으로 만나 뵌 지가 벌써 두해나 된 것 같습니다.
감독회장 선거가 끝이 나고 한 달이 넘었을 때 당시에 서울주변에 떠돌든 말들의 확인과 함께, 위로 차 찾아뵌다는 마음이었으나 만나는 순간, 야윈 모습에 너무 일찍 찾아왔다는 생각으로 묻지를 못했습니다. 그날, 새로 웅장하게 건축된 교회의 여러 곳을 두루 보여주셔서, 아마도 주님께서 남은 부분을 마무리하라는 섭리로 막으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며...
저는 그날 목사님을 처음 만났지만, 사실은 목사님이 모르시는 인연은 꽤 깊습니다. 건달처럼 방황하든 제가 신학을 마치고 첫 목회지인 강화 교동 섬에서 교회를 섬길 때, 이강복 목사님께서 신림교회로 오시고 평소 형님 아우하든 진흥의 박경진 장로께서 당신의 본 교회라시며 소개를 하셨는데, 폭풍주의보로 인하여 여객선이 운항을 못하므로 나가지 못하고 후에 목사님께서 부임하셔서 성실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부흥시키시고, 그 후로 논산제일교회, 당진교회를 거쳐 강릉중앙교회를 섬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섬기는 교회마다 부흥을 일으키셔서 오늘의 교회와 교단의 좋은 지도자가 되셨습니다.
두해 전, 저는 우리교단의 이어온 혼돈을 책임질 분으로 목사님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저의 한 표를 지지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저의 염원과 달리 목사님께서 근소한 차이로 선택을 받지 못하셨고, 그 충격에 목사님을 만났을 때에 야윈 모습이 저의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목사님!
제가 남다른 인생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은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계획과 야망도 중요하지만, 진실은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꽤 많다는 사실과 솔직하게 말하면,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구도자의 삶의 여정에서는 거절이 다반사로, 오히려 잘되는 것이 안되는 것이고, 안되는 것이 잘된 것 이라는 사실에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당시에 여러분들이 등장하였으나 개중에는 낙선의 후유증으로 어려움 당하는 분들도 꽤 많은 중에 목사님에 관해 들리는 소문으로는 성도들이 오히려 안 되심을 환영한다는 소식에 놀랐습니다.
이제 목사님께서는 지난 총실위에서 현재의 혼란된 교단을 수습하라는 책무를 맡으셨습니다. 성경의 말씀대로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는 말씀처럼 비록3~4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교단을 섬기는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그동안 짧지 않은 세월을 섬겨오셨으니 목적과 방향에 맞게 잘 감당하리라 믿으며 신뢰를 보냅니다.
그러나 어제 당당 뉴스의 내용에 목사님께서 행정실장과 운전기사의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발령을 시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당혹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이제 불과 4개월이면 임기를 마치고 본래의 사역지로 돌아가실 터인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섬겨야할 교회와, 기사는 한가정의 가장이며 직업인이며, 돌아보고 격려해야할 성도입니다. 어차피 새로운 감독회장이 임명되면 그때에 행정 실장을 비롯한 새로운 임원들을 세우지 않겠습니까?
현 박영근 행정실장은 인생의 연륜으로는 제가 앞서나 함께 신학교에서 훈련을 받은 처지이기에 그의 인간성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아는 편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그도 이제는 60대 중반의 나이가 든 목사이며, 아내와 장성한 자식들이 있는데, 특별한 잘못도 없이 어느 날, 임명권자의 직무정지로 인하여 하루아침에 직위해제를 당한다면 감독님이시라면 어떠시겠습니까? 누구에게나 지도자 된 이들에게 나름대로 다른 이들 모르는 선택의 어려움 있지만, 우리주변에는 아직도 80%이상의 타 종교인들과 이교도들이 있어 우리와 공존공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예수 믿는 이들이 정직하고, 공정하고, 일관성이 있어 서로를 배려한다는 평판을 듣는 경우와, 잇속에 빠르고, 가볍고, 무정하다는 평판을 듣는 경우, 그들 누가 우리의 전하는 복음을 듣겠습니까?
앙드레 지드의 표현대로 “사람이 바른 선택을 하려면, 선택하려는 그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선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이미 30여년이 지났지만, 저는 지금도 가끔 故이은성씨의 “소설 동의보감”의 내용이 생각 날 때가있습니다.“의는 아무그릇에나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그릇은 심성의 맑기와 크기를 말한다. 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셋이다. 하나는 인품(人稟)이요 둘은 천품(天稟)이요 셋은 신품(神稟)이다. 인품은 고을의 환자를 고치는 그릇이며 천품은 세상 사방의 환자를 고치는 그릇이요 신품은 온 세상의 만병을 바라보는 그릇이다.” 오늘 고을마다 거리마다 십자가를 걸어 자신을 죽여 남을 살리는 영혼 구원을 위해 존재한다는 교회가 구성원들끼리 피차의 형편 헤아리는 배려가없다면 누가 우리를 헤아려 주겠습니까?
목사님 !
혹자의 비판에 마음이 쓰이십니까? 그러나 상대의 형편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책임으로 비난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은 극심한 소아마비의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관중석에 앉아 축구경기에 임한 선수들을 훈수하고 욕하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습니다. 저는 목사님께서 짧은 기간에 비하여, 중한 책임을 감당하실 때, 가슴으로 일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우리주의에는 아직까지도 ‘섬기는 리더’(servant leader) 보다는 군림하려는 ‘보스’(boss)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있습니다. 비록 섬김이 부담스럽고 아픔이 있으나 구도자에게는 당연히 후자의 편에 서야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누군가 리더의 진짜 능력은 따스한 가슴으로 모두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초등학교 출신의 학력으로 수상까지 지낸 일본의 다나카수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가 정부 내의 최고엘리트집단의 동경대 출신들로 조직된 대장성 장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엘리트 관료집단의 본산인 대장성에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나카는 채 1분도 안 되는 취임사 한마디로 그들의 우려와 불만을 일거에 해소했다고 합니다. 취임사의 내용은, “여러분은 천하가 알아주는 수재들이고, 나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대장성 일에 대해서는 깜깜합니다. 앞으로 대장성일은 여러분들이 다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책임만 지겠습니다....”
목사님!
경영속담에 “무능하고 부지런한 리더가 최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주변과 교단에도 워렌,위어스비 의 표현대로 “메달은 많으면서도 상처는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이제 수년(數年)후에는 현직이 아닌 어느 원로의 위치에 있지 않겠습니까? 언제나 변함없이 주님 면대하는 모습으로 긍휼과 관용을 겸한, 성령님과 동행하심으로,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더욱 존중히 여김 받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평안하십시오. 주님사랑으로 축복합니다.
2018년 5월 27일 오재영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