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를 아십니까? 누구의 말이 맞습니까? (교단 얘기아님)

오재영
  • 1806
  • 2018-07-06 05:19:59
1990년대, 한국 가정 법률 상담소에 이혼 상담을 하러 온 부부가 각자의 사연을 나름대로 늘어놓았습니다.
두 사람의 입장을 들어보고 누구 말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남편의 이야기.....

아내는 내가회사일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것을 전혀 이해해 주지 않고 늘 바가지를 긁어 스트레스를 줍니다. 피할 수 있는 자리는 피해서 들어오지만, 피할 수 없는 자리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무조건 내가 결단력이 없고 어벙해서 거절을 못하고 아무데나 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 단정 짓고 잔소리와 함께 사람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집사람은 시집 식구들이나 친척, 또는 어쩌다 나의 직장 친구나 동창들이 집에 찾아오는 것도 노골적으로 싫어합니다. 들어오는 돈은 빤한데,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남까지 퍼 먹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친구들이 매일 오는 것도 아닌데...

두 달에 한번정도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노골적으로 불친절합니다.
반갑지 않으니 오지 말라는 것이지요. 내 입장은 하나도 생각해 주지 않고... 어떨 때는 너무 창피하고 황당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친척이나 친지들의 발걸음도 뜸해지고 이제는 아예 올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살림을 가르치시느라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면 간섭한다면서 싫어하고, 오시는 것조차도 꺼립니다.

셋방부터 시작해서 조그마한 집 한 칸 마련하기까지 아내가 고생 많이 한 것은 인정하지만, 너무 돈에 짜게 굴어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집사람은 사람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숨을 돌릴 때가 됐는데도 더 큰 집을 사서가야 한다며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용돈도 하루 만원이상 주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 돈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겨 좀 달라고 하면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싸우자고 드니...
사람들 앞에서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 조금 더 써야하는 경조비도 이만원 이상은 절대 못하게 합니다. 알뜰살뜰 적은 월급으로 살림을 잘하는 것 같아서 아내에게 내준 경제권이었는데, 앞뒤 가리지 못하는 아이 손에 쥐어진 총처럼 과녁을 잘못 겨냥하고 엉뚱한데 쏘아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부부 싸움을 한 다음날 아침은 굶고 출근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자기가 내 신경 건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면서 내가 조금만자기 신경을 건드렸다 치면, 아침에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조반을 차려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출근하는 사람을 내다보지도 않습니다. 자기마음 상하게 했으니 손해 보라는 것이겠지요. 정말, 가면 갈수록 쳐다보기도 싫어집니다. 그 마음을 알아주고 싶기는커녕 밉고 보기 싫은 마음이 드는 것이 진심입니다. 어쩜 저렇게 남편을 우습게 볼 수 있을까 싶고 남편을 먼지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정나미가 떨어집니다. 그래도 자기마음 상한 것만 알아 달라니...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당신에게는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 남편 밥 굶겨 출근시키지는 말라고 타이르시는데도, 그 말을 듣기는커녕 오히려 시비 거리로 삼습니다. 어머니는 남편 밥 굶기는 여자와 살아야겠느냐 시면서, 시집 식구들에게 섭섭하게 하는 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지만 하늘같은 남편무시하고, 밥 굶기고, 자기주장만 내세워 남편 기를 꺾지 못해 안달하는 그런 여자는 보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내 자식 바보 만드는 그런 여자는 며느리 삼기 싫으시다는 것이지요. 언젠가 한번은 용서하실 수 없다고 큰 소리를 치시면서 난리가 난적도 있습니다. 이혼이라는 것은 내 인생에서 생각해 본적도 없지만, 돈독이 올라 돈 외에는 눈에 보이는게 없는 집사람을 생각할 때마다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고 상종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에게도 잔소리가 심하고, 제 성질에 못 이겨 신경질을 있는 대로 부리고, 매질이 심하며, 교육도 올바로 못 시키는 여자입니다. 생각 많이 해보았지만, 그 여자와 이혼하는 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아내의 이야기.....

셋방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둘이 살 때는 잘 몰랐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주위 사람들의 방문도 잦아지고, 또 특별히 시집식구들 이 자주 드나드는 편이라 집주인의 눈치가 여간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의 소리가 큰 편인데다가 남의 입장을 잘 살피지 못하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인지라, 곤란을 겪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눈치가 보여서 남편에게 상의를 하면 조심한다고 하고선 그때뿐,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제게는 정말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우리 집만 마련하면 주인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도 기를 수 있고 또 언제 누가 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에, 온 가족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리도 마음껏 지르고 남 눈치 안보며 살아가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우리 집 장만’이라는 목표를 걸고 쌀 한 톨을 나눠 먹을 정도로 절약하고 또 절약하였습니다. 남편은, 성격은 다소 급하지만 마음은 좋은 사람입니다. 너무 좋다보니 주머니에 돈만 조금 들어가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친구들과 만나 술을 먹으면 술값은 당연히 자기가 내야하고 밥을 먹으면 밥값도 자기가 내야하고, 커피를 한잔 마셔도 한번 얻어먹지를 못하고 꼭 자기가 커피 값을 치러야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좋게 말하면 맘이 좋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제 분수를 모르는 헤픈 사람이지요. 저는 한 푼이라도 모으려고 이리 쪼개고 저리 아끼고 하는데 이이는 허구한 날 용돈이 모자라 사람구실 못하게 한다고 저를 나무랍니다. 쓸 것 다 쓰고, 줄 것 다 주면 언제 돈 모아 우리 집을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때는 화가 납니다. 나 혼자 잘 살자고 이러는 게 아닌데, 어쩜 남편은 그런 제 마음을 조금도 알아주지 못하고 돈 안준다고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고, 남자를 병신 만드는 여자라며 욱 박지르기가 일쑤고, 뿐만 아니라 돈독이 올랐다느니, 돈밖에 모른다느니, 수전노라느니 하며, 사람 속 뒤집는 말을 수도 없이 합니다.

남편뿐 아니라 시어머님도 남편을 거드십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 쪼개서 저축하는 며느리, 칭찬하고 편을 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돈 아껴서 저승 갈 때 가져갈래?” 하시며 속 타는 소리만 하십니다. 도대체 앞뒤가 가려지지 않고 기가 막혀서 뭐가 뭔지 잘 분간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남편은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결혼 초에는 느닷없이 친구들을 몰고 와서 저녁밥을 차리라하고, 저녁 늦게까지 술을 먹고야 돌려보내는 일이 일주일이면 두세 번은 되었습니다. 또 시집식구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 집에 한번 오면 큰 자식이랍시고 이런 일에 도와라 하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돈을 타갔습니다. 들어오는 돈은 일정하여 그렇지 않아도 아끼지 않으면 조금도 저축 할 수 없는 형편인데, 아무도 우리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큰아들, 큰형 노릇만 감당하기를 원했습니다.

어떤 때는 돈을 꿔 가면서까지 시댁 식구들의 요구를 채워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큰 아들과 큰 며느리의 본분을 다하기는 해야겠지만 빚지면서까지 시댁 식구들과 친구들을 먹여 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남편과 싸우고 의논하고 또 설득한 끝에 ‘우리 집 장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필요에 따라서는 적절하게 거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혼 후, 10년이라는 절약의 세월을 마치고 작지만 23평짜리 집을 마련하였습니다. 그 동안 맘 고생한 것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겠습니까? 시댁 식구들과 주위 사람들은 저를 보고 지독하다고도 하고 못됐다고도 하지만, 저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요만한 집 한 채도 장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워놓은 목표를 위해 주위 사람들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되지만, 남편이 엉뚱하게 이래 돈 달라 저래 돈 달라 할 때는 어쩜 저렇게도 뭐가 안 맞을까 싶고, 왜 나만 이렇게 애간장을 끓이며 집 장만 하겠다고 이러는 것인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는 날이면 남편 얼굴 보기도 싫고, 밥이고 뭐고 출근하는 것조차 보기 싫어져서 자는척하고 누워 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자식만 낳아 놓으면 답니까? 책임을 지고 잘 키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그렇게라도 안 했으면 어디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겠습니까? 혼자 버둥거리다보면 벌컥 화도 나고, 몸이 견뎌내질 못하니까 애들한테 신경질도 내고...

저도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제 조금 누리고 여유도 생겼지만, 집 한 채 장만했다고 다 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도 많이 들것이고, 집만 장만했지 내용물은 하나도 없으니 이제부터 더욱더 절약하며 살아야 하는데... 제가 뭘 잘못 생각 하는 건지! 요즈음, 남편과 이런 일로 싸웠는데, 저를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도 더욱 쌀쌀 맞고 저를 대하는 모습들이 이상하기까지 합니다.

대화는 입장(Punctuation of the event)을 말합니다.

대화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을 갖고 말합니다. 입장은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어떤 상황과 사건이 어떻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영향력을 끼쳤는지에 대한 각 개인의 입장이 있기에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하면, 대화의 문이 막히고 관계에 문제를 야기 시킵니다.

입장이라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는 목숨까지 걸고 설득 시키려하나, 남의 입장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합니다. 아마도 자신이 처한 입장을 이해시키고 인정받는 것만도 너무 버겁기 때문이겠지요...
-가정 치유사역자, 도은미 사모의 “대화학교” P.104-111.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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