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

도현종
  • 1330
  • 2018-08-07 21:41:01
귀엽다….

역사가 증명해주듯 간신이 발호하는 것은 한마디로 우매한 군주 때문이다. 어리석은 군주는 절대 간신과 충신을 구별하지 못한다.
당나라 덕종(779~805) 시대의 간신 중에 노기(盧杞)라는 인물이 있었다. 성격이 음험하고 시기심이 많아 자기 뜻에 맞지 않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그렇지만 덕종은 노기를 무척 귀여워했다. 어느 날 덕종이 이면(李勉)이라는 사람에게 궁금해 죽겠다는 듯 물었다.
“사람들은 모두 노기가 간사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노기가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귀여울 따름이다. 경은 왜 그러는지 알겠는가.”
그러자 이면은 ‘정말 모르겠냐’는 듯 확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천하 사람들이 모두 노기의 간사함을 알고 있습니다. 유독 폐하만은 모르고 계십니다. ”
천하사람들은 이면의 답변을 듣고 손벽을 쳤지만 덕종은 이면을 멀리 했다.

1.간신과 충신 사이….

간신이냐 충신이냐는 구별해야 하는 이는 바로 군주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 점을 강조한다.
“아첨을 좋아하는 자는 충성하지 못하고 간쟁을 좋아하는 자는 배신하지 않는다. 사람을 쓸 때는 반드시 이 점을 살피라고 주문한다.(목민심서 ‘이전·용인’)
다산은 바른 말을 하는 신하라야 군주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윗사람은 반드시 이런 이치를 알아야 한다고 딱잘라 말한 것이다.
성호 이익(1681~1763)도 “바른 말을 하고 극진하게 간언하는 신하야말로 국화(國華·나라의 권위와 위엄)”라고 했다.(성호사설 ‘인사·직언이국’)
물론 역대로 성군이나 명군이니 하는 군주는 간신과 충신을 구별할 줄 알았다.
예컨대 당 태종이 궁중을 산책하다가 나무 앞에서 “이 나무 정말 좋구나!”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자 우문사급이라는 시종가 얼른 옆으로 다가와 그 나무를 칭찬했다. 이 때 태종이 안색을 바꿨다.
“아니 위징(태종 때의 충신)이 늘 짐에게 아첨배를 멀리 하라고 했을 때는 어떤 자가 아첨배인 줄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구나.”(신당서)

2.복지부동하는 자도 간신이다....

군주가 어리석으면 신하는 어두워지고, 군주가 직언을 좋아하면 신하는 충신(양신)이 된다.
(신당서) ‘혹리열전’은 “관리가 가혹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가혹함을 유혹하는 것”이라 했다. 간신은 똬리를 틀고 있다가 어지러운 군주를 만나면 슬슬 본색을 드러낸다. 나쁜 짓을 일삼는 이른바 ‘적극적인 간신’만이 간신은 아니다.

국록만 축내고 군주와 백성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신하 역시 간신이다.
예컨대 신당서는 재상자리에 10년 넘게 있으면서 ‘의견도 올리지 않았고, 황제의 뜻도 거스른 적이 없는’ 양재사(?~709)를 ‘간신전’에 포함시켰다. 황제의 안색만 살피며 쩔쩔매는 양재사를 보고 어떤 이가 “왜 그리 굽신대기만 하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재사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가 어지러울 때는 곧은 자가 먼저 화를 당한다. 그러니 이렇게 하지 않고서야 어찌 내 한 몸을 보전하겠는가.”
역사는 이렇게 그저 제 한 목숨 부지하는데 그친 양재사를 거리낌없이 ‘간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가혹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것이 역사의 포폄이다.

3.간신 조상이 부끄럽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간신’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아서는 절대 안된다. 후손이 부끄러워 지기 때문이다.
청나라 건륭제(1736~1795) 연간에 진간천(秦澗泉)이란 인물이 장원급제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 그가 송나라 때 충신 악비의 무덤(악왕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희대의 간신 진회(1090~1555)의 부부상을 보며 참담한 시 한수를 남겼다.
“사람들은 송나라 이후부터 ‘회’라는 이름을 부끄러워 했고, 나는 지금 그 무덤 앞에서 ‘진’이라는 성에 참담해 하는구나.”
희대의 간신 진회는 간신의 반열에 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진회는 역사를 멋대로 바꿔 실록을 날조하려 했고, 문자옥(文字獄·필화사건)을 일으켜 역사가의 직필을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더러운 간신의 이름은 결코 지울 수 없었다. 후세사람들은 진회가 재상이 된 이후의 기록을 ‘간신의 기록’으로 치부했다.(취진록 ‘후록’)
그 결과 600년 후의 후손조차 간신인 조상의 이름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던 것이다.

4.나라를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

자고로 간신은 나라를 좀먹는 벌레였다. (송사) ‘유일지전’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지만 나라를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고 했다. 간신이 얼마나 암적인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역경)은 “나라를 창업하고 집안을 잇는 데는 소인을 써서는 안된다”고 했다.
‘제갈량 매사왕랑’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썩어빠진 관리들이 금수처럼 녹봉만 축내고 있다. 이리와 개같은 무리들이 도를 행한답시고 굴러다니고 노예와 같은 비굴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 정치를 주무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집권 초기,  당 현종 이야기가 심금을 울린다.
“내 멋대로 할 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한휴 같은 재상이 있으니 두 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만약 올바른 목회자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라면 어떨까. 주변에 간신이 득실거린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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