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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에 얽힌 세 사람 이야기
김정효
- 1294
- 2018-08-21 15:29:09
하모니카
하모니카에 얽힌 세 사람 이야기다.
전재덕(시각 장애인, 연주 달인)
이 분의 수필(길 위에서 음악을 만나다)이 절절하다
* * * * *
나는 교통 사고로 요절한 가수 유재덕의 노래(가리워진 길)
듣고 감동했다. 곡도 좋거니와 노랫 말에 가슴 뭉클했다(보
일 듯 말 듯 가물 거리는 안개에 싸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
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노랫말이라기 보다는 시어라고 해야 할 만큼 순도 높은 감수
성을 뽐내고 있다.
길은 큰길 작은길 넓은길 좁은길 골목길 고갯길 아는
길 모르는길 가야할길 가지말아야할길 정해진길 우연
히만난길…. 수 없이 표현된다.
나는 우연히 만난 길을 따라서 지금껏 걸어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던 나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막막 했다. 어느 날 나는 운명처럼 하모니카와 만
났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투츠 틸레망의 하모니카 연주
듣고 그 자리에서 넋 놓았다. 하모니카에서 어떻게 저런 따
뜻한 소리가 날 수 있을까? 그렇게 만난 하모니카는 지금 나
의 전부다. 나의 길은 아직도 멀고 아득하다. 남은 길 하모니
카를 벗삼아 좀 더 천천히 걸어갈 참이다.
송00(육사 #15기,)
생도 때 오락회에서 상급생 한 분이 하모니카 두 개로 그 때
까지 들어보지 못한 하모니카 연주 하신다. 감동이 한 동안
머문 하모니카의 다른 세계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함께 근무
했던 송 선배님이시다. 듣지는 못했지만 아코디온 실력도
하모니카 못지 않으시다고 한다.
또 있다 언젠가 일간지에 보니 오르간 독주회 하신다는 기사
읽고 깜짝 놀랐다. 내 딸이 오르간 전공자여서 독주회가 얼
마나 어렵다는 것 알고 있어서다. 한 날 천진하게 웃으시며
LP 전축판 500매 가지고 있다고 자랑 하신다. 부러움에 앞
서 정이 갔다. 만나 보고 싶다.
나
나도 얼마 전에 우연히 하모니카 만났다. 나는 노래 좋아하
고 노래 부르기 좋아 해서 고교 때는 합창부 개근 했고 가곡
원어로 부른다며 깝죽 거리기도 했다. 교회에서는 40여년
성가대 봉사 했다. 한 날 좋아했던 노래 한 번 불러 보았더
니 잘 되지 않는다. 휘파람으로나 해 볼까 해서 불어 보았더
니 더 안된다. 틀니 때문이란다. 궁리 끝에 학생 때 조금 불
어 본 하모니카 불어 보니 그럴 듯 했다. 아쉬움 풀었다.
옛날에는 여기 저기서 하모니카 소리 심심치 않게 들렸는데
언제 부터인지 잊혀진 악기 됐다. 그립고 아쉽다.
안 녕 ! 벗님네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