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이경남
  • 1186
  • 2018-08-31 17:36:45
바람
-이경남

평택 평야에는 늘 바람이 분다
낮에는 가까운 서해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서풍이 불고
밤에는 반대로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동풍이 분다
가끔 바다와 육지의 기압이 같아지며
모든게 멈추어지는
죽음같은 순간도 찾아오긴 하지만
이내 어디선가 구멍이 뚫리며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고
이것이 바람이 되어
이 들판을 가로지르며 이곳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바람이 불면
길가 이름 모를 잡초들도
춤을 추고
밀 보리 벼들도 그 허리를 비틀고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고
강물도
춤을 추고
그 위 왜기리 떼도
춤을 추고
동구 밖 젊쟎은 느티나무도
춤을 추고
아가씨 머리 가락과 치맛 자락도
춤을 주고
싱승 생숭 내 마음도
공연히 춤을 춘다
아니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
춤을 춘다

2018.8.10. 금요일 아침 비 내리는 들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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