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것인가?

박삼열
  • 2360
  • 2018-09-13 19:41:20
감독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것인가?

제각기 연회를 위해서 감리회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감독 선거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되기 전에는 그 사람을 모릅니다. 당선 후 감독 기간 중 그의 행보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한계입니다. 그러기에 차기 감독에게 바라는 점을 미리 적어보는 것입니다.

1. 우리 아버지
이철 감독회장 직무대행께서 부친상을 당하시고 비통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90세가 되신 나의 아버님이 양심의 가책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께 대하여 글을 써서 아버님 생전에 아들의 사랑과 존경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나이가 들었기에 가슴이 더욱 뭉클합니다. 아버님은 삼남연회 감독이셨던 박문순 감독님이십니다. 모두에게 좋은 분으로 기억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교훈을 남기셨고, 나의 인격과 목회에 좋은 멘토가 되셨기에 아들이 아버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아버님의 생전에 글로써 공개 표현하고 싶어 마음을 모아 사랑을 전달해 보렵니다.
아버님! 부디 강건하십시오.

2. 사람을 존중하는 감독
우리 아버님은 어린 사람들에게도 경어를 사용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부분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싫었는데 세월이 갈수록 나도 아버님을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말씀하시기를 사람에게 ‘님’자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성직에 붙이는 ‘님’자라고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목사님이라고 모두에게 말을 높이셨던 분이셨습니다.

3. ‘님’자 하나로 교회 분쟁을 종식시키다.
삼남연회의 감독으로 일하실 당시 전라도 지역에 교회의 분쟁이 있었습니다. 가서 보니 싸움에 익숙한 분들에 의해 모든 직분은 사라지고 이름 석 자와 함께 뒤따르는 명칭은 세상보다 더 험악했다고 합니다. 욕설로 싸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는 외국어를 몰라도 들으면 중국 사람인지, 미국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아는데 여러분들의 말소리를 들으니 분명히 천국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내 앞에서 욕하지 않고 사람의 이름에 직분을 붙이고 반드시 ‘님’자까지 붙이겠다고 약속할 그때 다시 나를 부르십시오.”라고 말한 뒤 전라도에서 부산까지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그 후 그들은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한 뒤 감독님을 다시 모시고 문제를 해결하셨는데 감독의 힘보다 사람의 직분(성직)에 붙이는 ‘님’자의 힘이 더 컸다고 합니다.
욕하는 자들과 함께 욕하는 감독은 자격 없습니다.

4. 해외여행 여행 잘 안하신 분입니다.
걸핏하면 해외 여행하는 감독들을 보면서 선교 여행이라고 애를 써서 생각해 봅니다. 교회가 수십년이 걸려도 바르게 성장하기 힘든데 감리회 자체를 흔들어 놓고 해외선교가 가능한지 의문이 갑니다. 하용조 목사님 말씀에 “한국 선교사들은 왜 선교지에 예수를 심지 않고 교파를 심습니까?”라고 중국 교인들이 심각하게 물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감리회’를 흔들고 걸핏하면 해외 여행하는 것이 “선교입니까?” “도피입니까?” 혹 혼란을 전달하는 것이 될까 두렵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버님은 감독 재임시 해외여행을 거의 안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환자였기에 그러셨는지는 모르지만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삼남연회에 문의하면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5. 물질에 욕심이 없는 분
감독 재임시 판공비는 삼남연회 회관 건립비로 다 연회에 바치셨습니다. 퇴직금 역시 번영로교회 대지 구입할 때 다 바치고 빈털털이가 되셨어도 아직도 누구에겐가 베풀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아들은 심히 존경합니다. 아버님은 목사님들만 계신 곳이 좋다면서 감리회에서 운영하는 ‘주안원로원’에 계십니다. 주문진교회 담임이기에 아직 모실 입장이 못 되어 아버님께 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

6. 양심이 살아 계신 분
아버님은 부산 번영로 교회에서 43년 시무하시고 아들인 저에게 세습을 하신 분이십니다. 나는 세습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번영로교회를 벗어나고 싶어 결국 계산제일교회를 거쳐 주문진교회에 와서 많은 벌을 받고 있습니다. 아버님께 죄송하고 아직까지 나를 사랑해 주시는 부산 번영로교회 교인들과 신앙으로 끝까지 나를 존중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인천 계산제일교회 교인들에게 용서를 빌며 감사를 드립니다.

아버님은 번영로교회에서 43년 시무를 하시고 월 100만원씩 교회의 지원을 받고 생활하십니다. 아버님의 생각에는 10년 보조 받으면 하나님 부르실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은퇴하신지 20년을 맞이하셨습니다. 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저에게 아버님의 기도가 너무 절실하기에 하나님께서 배려해 주신 것이라 생각되어 하나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도 아들을 위해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신다고 나에게는 공개적으로 자랑하십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20년이나 번영로교회의 후원을 받으시는 것이 너무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번영로교회 목사님께 전하시기를 “20년이나 보조를 받아먹으니 너무 양심에 가책이 됩니다. 그러니 이제 보조를 끊어 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교회 목사님과 장로님들께서 아직도 계속 후원하신다고 합니다. 번영로교회 교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결어
아버님 감독 재임 시 어떤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좋은 감독님이 역할 하시면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고, 좋지 못한 감독이 역할을 하면 문제가 너무 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독 한 분의 역할이 이렇게 큰지 몰랐습니다.”

아버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행복한 어촌마을 주문진에서 박삼열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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