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보에서

이경남
  • 1461
  • 2018-10-03 17:08:59
수안보에서
-이경남

10월 1일
결혼 기념일을 맞아
아내와 수안보에 와있다
이 날이 국가적으로는
국군의 날이지만
우리 부부에겐
결혼의 날이요
31살 총각과 25살 처녀가
이 세상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해본 날이요
타도 전두환만 외치던 열혈 철부지 청년과
아프리카 의료 선교를 꿈꾸던 백의 천사가
평생 부부 동맹을 맺은 날이다
지금 아내는 신혼 첫날같은 달콤한 밤을 지내고
누워 쉬지만
나는 침실을 나와
창밖 베란다에 자리와 이불을 펴고
산악의 칠흙같은 어둠과 적막에 빠져 있다
어둔 가을 밤 하늘 높이 구름이 가득하고 그 사이 사이로
달과 별들이 숨박꼭질을 한다
수안보가 조령산 월악산 줄기에 있다 보니
계곡의 밤 공기가 차기는 하나
아직 춥지는 않다
지금 어둠 속에 별빛 달빛만 고요하고
멀리 산봉우리들은 감추어져 있지만
이제 새벽 동이 트면
그 우람하고 숭고한 자태를 드러내며
내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멀리 이곳에서 올려다 보면
높은 산봉우리와 산맥들은
구름과 안개에 감추어져
그저 신선들의 세계요
신성한 영들의 세계이고
거기에는 알수 없는 숭엄한 기운이 스며 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내 존재의
비루를 깨우고
절망을 깨우고
죽음을 깨우며
내 영혼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고
내 가슴으로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

2018.10.1.수안보 파크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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