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벗

김정효
  • 1382
  • 2018-10-16 10:38:05
말 벗
김 권사님은 백수( 99세) 할머니시다. 따져보니 나보다 스무 해 위시다.가끔 교장 은퇴하신 따님이 모시고 와서 앞자리에 앉으시면 앞이 그득하다. 체수가 크셔서가 아니라 분위기다.
권사님은 일찌기 혼자 되셔서 다섯 자녀 훌륭하게 키우신 여장부시고 예수님 믿으신 것도 유별나다. 애들 잠재워 놓고 망연하여 한숨 쉬고 있는데 선명하게 해가 보이고 환청아닌 옆사람 말소리로 ‘ 딸아 나는 예수인데 (들어 본 적도 없는 이름) 걱정마라 내가 너를 도와 주마 ‘하셔서 다음날 가까운 교회 목사님 만나고 나서 교회 나오셨다고 한다.
교회에 오시면 교인들이 다 반가워서 인사는 하는데 슬슬 피한다.
권사님한테 붙들릴가봐서다. 붙들리면 16살 시집 오셨을 때부터 80여년 살아오신 것 다 들어야 한다. 조히 한시간 걸린다. 하신 말씀 금방 잊으시니 같은 말 또 들어야 한다. 내가 제일 많이 낚인다.
한 번은 새 이야기가 추가 된다.
이순신 장군이 당신 할머님 오빠신데 사냥 잘 하셔서 산 짐승 많이 잡으셨다고 한다. 호랑이도 잡으셔서 먹어 보았더니 맛도 없고 여자가 먹으면 아이 낳지 못한다고 해서 한점만 먹으셨단다. 시간을 아무리 늘려 봐도 맞지 않아 따님에게 무슨 말씀이신가고 물었더니 이순신 장군이 집안 어른이신 것은 맞는데 다음 이야기는 자기도 모른다며 웃으신다.
이제는 교회 나올 수 없으셔서 얼마 전에 심방 갔더니 우리 다 알아 보시고 예의 그 이야기 또 꺼내시는데 아귀 맞지 않는다. 따님 말로는 일상 생활 잘 하시고 식사도 잘 하시는데 고기 없으면 역정 내신다고 한다.
권사님 장례식에 가서도 내가 말 벗 낚일 것 같다.

안 녕 ! 벗 님 네 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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