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왕들의 전성시대

신동수
  • 1667
  • 2018-11-23 06:36:02
섭정왕들의 전성시대

강화도령으로 알려진 철종은 왕가의 피를 이어받았으나 서출이며, 아버지와 큰형이 역모에 연루되어 사형을 당한 뒤 강화도로 유배되어 나무꾼과 행상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헌종이 손이 없이 죽자 대비인 순원왕후의 명으로 궁중에 들어가 조선 25대의 임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양반이 아니면 관직에 오를 수 없는 시대에 왕자의 군호조차 받지 못하는 서자이며 배움이 소소한 사람이 어떻게 왕이 되었을까요. 당시에 세도정치를 하고 있던 안동김씨 가문은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원범과 같이 배경이 전혀 없고 약점이 많은 왕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순원왕후가 수렴청정을 했고 김문근의 딸을 왕비로 맞아들인 후에는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섭정의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세도정치가 계속되자 왕권이 무너지고 삼정의 문란으로 삶이 피폐해진 농민들의 항쟁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철종의 시대를 생각할 때 감리교회의 현재와 미래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아 앞이 캄캄합니다. 약점이 많은 사람을 앞세우고 막후에서 은밀히 이권을 거래하고 챙기는 섭정왕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위기의식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감독회장이나 감독이나 심지어 자기교회의 담임목사를 선택할 때 섭정왕들은 약점이 있는 사람을 택하거나 약점을 만들어 자신들의 권력을 휘두르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그 뒤에 숨어 안위를 보존하는 악의 카르텔을 보는듯합니다.

현 서울남연회 전준구 감독의 금권선거와 성폭행 혐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두려움은 저의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랍니다. 내 속에 있는 섭정왕의 욕망을 버리고 모두 방관자로서 암묵적 악에 동참하게 되는 불행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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