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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무사와 감리교회
장광호
- 2261
- 2018-12-08 06:52:08
오용석님께서 이런 답글을 쓰셨습니다.
“감독 문제를 북한과 연계하여 물타기하는 능력이 탁월하십니다. 1억 5천에 비방글 알바라... 이명박근혜의 국정원과 <기무사>에서 했던 그 짓을?”
여기서 <기무사>가 거론되었기 때문에, 그들이 겪은 아픔과 수모와 심판을
우리 감리교회의 앞날과 연관시켜 글을 써보겠습니다.
이유는 우리의 앞날이 그들처럼 심히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오늘 마침 이재* 전 기무사령관이 재임당시 ‘세월호 가족들을 사찰을 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다가 투신자살하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인생이든 소중하지 않은 목숨이 있겠습니까?
어떤 죽음이든 허망하지 않은 죽음이 있으리요만은 참으로 허망한 죽음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기무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기무사는 올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부대입니다.
방첩대, 보안사라는 이름으로 한국현대사에서 수십 년간 유지된 군부정권의 핵심으로
과거 화려한 명성(?)을 자랑했던 부대였습니다.
저는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에 1984년 10월에 차출되어 1999.6.30.까지 거의 15년 가까이를 핵심부서의 장교로 근무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전역한 뒤 바로 신학공부를 했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전역 후 하나님께서는 제게 당시 알던 모든 동료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철저히 단절하라고 하셔서 참으로 외롭고 고독하게 지냈습니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정말 답답했지만 그래도 순종했습니다.
이제사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 막강했던 무소불위의 권력부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그 핵심은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하지 말아야할 일을 했다’는 겁니다.
어찌 보면 지금 감리교회의 사태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20년 전의 기무사 상태가 데자뷔처럼 너무나도 흡사해 보입니다.
제가 진급 심사에 들어갈 당시 진급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함께 ‘부대발전에 대한 제언’을 써내라고 할 때 저는 두 가지를 써냈습니다.
‘상하언로 개방’과 ‘진급을 똑바로 시켜라’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건의는 항명으로 비쳐졌는지 제 진급은 무산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생각하기로는 거의 예스맨들로 채워졌습니다.
그들은 상사의 잘못된 지시에도 ‘아닙니다’라고 할 줄 모르는 이들이었습니다.
모든 잘못을 알고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뒤 저는 소명을 받고 부대를 떠났고, 그 후의 사정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간간히 언론을 통해서 접하게 된 동료들과 후배들의 진급 소식에 의하면 역시 그런 인물들이었습니다.
절대로 개인적으로 그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겁니다.
제가 보는 견지에서
부대가 해체된 결정적인 이유는 하지 말아야할 ‘쿠데타 계획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것을 담당하는 부서의 실무책임자로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쿠데타를 방지하는 문건을 만드는 것’이 주 임무이고,
‘쿠데타를 위해 병력을 동원하는 문건을 만드는 것’은 엄염한 불법입니다.
그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부대는
잘못된 대통령이 실어주는 그 힘을 자제하지 못한 채 조금 씩 조금 씩 불법을 행하다가
결국 정말 치욕스러운 오명 즉,
'쿠데타를 일으킨 부대 = 역적'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진 채 사라졌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냐 한다면,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구성원 모두의 잘못이었다> 라고.
오늘 투신자살한 지휘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대통령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그 밑의 부하들은 비록 지휘관이 상부로부터 지시를 받아와서 잘못된 하명을 하더라도
‘사령관님 이것은 안 됩니다’라고 했어야 했습니다.
지금 쿠데타 문건 작성 관련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은
출신은 다르지만 함께 근무했던 제 후배들이고, 또 제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그 지시를 받았을 때 분명하게 ‘노’했어야 했으나
오랜 동안 몸에 배인 예스맨의 기질로 인해
바른 처신을 하지 못한 결과로 정권을 빼앗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상관이 수모스럽게도 오늘 투신자살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또 한 명인 조현* 사령관을 구속과 처벌을 면하기 위한 미국행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겠금 만들었습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지금 우리 감리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일들에 대해 남의 일처럼 대하는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20년 전에 하던 그들의 모습과도 너무 흡사하다는 것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무리 구성원들이 소리쳐도 응답하지 않는 지도자들!
상하언로가 꽉 막힌 겁니다.
자격없는 자들이, 무능한 자들이
지도자 자리를 점령하고 있는 감리교회.
이들을 보고도 당연한 듯
무심하게 바라보는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한
미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그들 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은 안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고 있는 것’ 바로 그것 때문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