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이야기1. 갈릴리에서

임효주
  • 175
  • 2025-09-04 15:09:31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사니 이는 선지자로 하신 말씀에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 하심을 이루려 함이러라”(마 2:23, 개정)


나사렛 마을은 갈릴리에서도 작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다. 이곳에서는 그렇게 부자도 없고 상업이 발달한 곳도 아니었다. 그저 소박한 작은 산골마을이었다.

어린 예수는 따뜻한 봄날이면 뒷동산에 올라 멀리 보이는 왕의 대로로 지나가는 상인행렬을 바라보거나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푸른하늘을 가만히 응시하며 그렇게 조용한 시간을 혼자서 보내기도 했다. 작은 아이이지만 그런 소년 예수의 모습에서 이미 영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드러나고,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의 눈에는 범치못할 기운이 서려있음도 보였다.

한편으로는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소년 예수는 어머니의 사랑을 깊이 받으며 성장하며 어느새 아버지 요셉의 직업을 이어받은 목수로서 소년 가장으로 성장했다. 일설에 의하며 복음서에 아버지 요셉의 자리가 보이지 않음은 요셉이 일찍 죽어 예수가 소년 가장의 역할을 했던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일본의 눈깜빡이 시인으로 유명한 미즈노겐조의 ‘나사렛 마을’이라는 시에 청년 목수 예수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목수 일로
지쳐 돌아온
예수님을
위로하는 것은
저녁 바람에
흔들리며 향기 내며
핀 들꽃
저녁 밥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사랑

청년 목수 예수는 생업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갈릴리 지역의 더운 열기 속에서 일하다보면 심신이 매우 지치고 힘이 들 수도 있지만 예수는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품삯을 위해 감사하며 그 일을 했다. 그리고 품삯을 받아 그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는 들꽃과 바람이 지친 몸을 기꺼이 받아주었다.

나사렛에서 목수일이란 지금의 기능적 목공이 아니라 동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대신해주며 품삯을 받는 잡부의 일이었다. 의자나 탁자를 만들고 수리하는 일이 늘상 있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수의 말씀 가운데 나오는 여러 가지 예화에는 이런 예수의 경험들이 녹아들어있다. 예컨대 품삯을 위해 새벽부터 일찍 장터에 나가있는 품꾼의 이야기, 포도원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농부가 씨를 뿌리는 이야기, 눈에 티가 들어가는 이야기 들이 그러하고 여인의 밀과 누룩으로 빵을 굽는 이야기는 아마도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리라.

그렇게 예수는 마태가 인용했듯이 순전한 나사렛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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