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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에 나오는 신앙인의 자세
강기승
- 1454
- 2019-04-05 00:54:59
이 책은 유교적 관점에서 기록한 것이나 오늘날 우리 성도들, 특히 목회자분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그 중 일부만 옮겨 적습니다.
1. 임명
목회자의 직분은 덕이 있더라도 카리스마가 없으면 제대로할 수 없고, 뜻이 있더라도 밝지 못하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니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성도들이 그 해독을 입어 괴로움을 당하고 길바닥에 쓰러질 것이다. 이런데도 어찌 목회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해서 되겠는가?
2. 부임
성도를 사랑하는 근본은 아껴 쓰는 데 있고 아껴 쓰는 것의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 만약 부임하는 새 목회자가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성도들이 속으로 씽긋 웃으며 '알 만하다'하고 만약 검소하고 질박하면 놀라며 존경할 것이다.
참판 유의가 홍주를 다스릴 때 찢어진 갓과 성근 도포에 찌든 띠를 두르고 조랑말을 탔으며 이부자리는 남루하고 요도 베개도 없었다. 이리하여 위엄을 세우니 가벼운 형벌조차 쓰지 않아도 간사하고 교활한 무리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3. 조정 하직인사
새 목회자를 천거한 자는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 사람을 뽑았으니 여기에 사사로운 은혜를 들먹여서는 안된다. 새 목회자는 자격에 따라 성직을 얻었으니 천거한 자가 이를 개인적인 은혜로 마음 속에 품어서는 안된다. 새 목회자는 추천자와 자리를 같이 하더라도 성직에 추천해 준 것에 관해 얘기를 해서는 안되며, 추천자가 만약 그 말을 꺼내거든 "선배님께서 변변치 못한 재목을 잘못 추천하셨습니다. 목회를 그르쳐 훗날에 선배님께 누를 끼칠까 몹시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할 일이다.
전임 목회자나 부임한 교회 장로의 주머니에 으레 교회의 현황을 기록한 작은 책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교회의 각종 숫자와 교인을 이리저리 관리하라는 방법들이 갖가지로 나열되어 있을 것이다. 전임 목회자나 장로가 이를 꺼내어 보여줄 때 새 목회자가 기쁜 빛을 띠고 조목조목 캐어물어 그 묘리와 방법을 알아내면 이는 천하의 큰 수치다. 이 책을 받으면 마땅히 즉시 돌려주고 묵묵히 다른 말이 없어야 할 것이다.
4. 마음가짐
목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두려워할 畏' 한 자 뿐이다. 의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성도들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니 이로써 허물을 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씨 동몽훈에서 '하늘을 나의 아버지처럼 섬기고 아랫사람을 나의 사랑스런 노복처럼 대하며 성도들을 나의 처자처럼 사랑하며 교회 일을 집안일처럼 돌보아야만 능히 내 마음을 다한 것이다.
일을 처리할 때는 언제나 선례만 좇지 말고 반드시 성도들을 편안히 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법도의 범위 내에서 변통을 도모해야 한다. 만약 그 법도가 기본 법전이 아니며 현저히 불합리한 것은 고쳐서 바로잡아야 한다.
한지가 감사로 있을 때 막료들이 아침인사를 오면, 밥상을 내려 주고 술을 돌린 다음에는 "내가 어제 한 일 가운데 무슨 잘못이 있었는가" 하고 물었다. 막료들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 그는 "세 사람이 길을 함께 가는 데도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였거늘, 10여명의 의견이 어찌 반드시 내 의견과 똑같을 것인가? 그대들은 어서 말하라. 말해서 옳다면 좋을 것이요, 그르다면 서로 토론을 다시 하여 깨우치는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 라고 정색하며 말했다. 날마다 이같이 물으니 막료들이 미리 의논해 들어와 고하였고 그 말이 옳으면 비록 대단히 중요하여 고치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기꺼이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그에 따랐다. 언제나 천하의 일을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송나라의 매지가 소주를 맡아 다스릴 때 글을 지어 말했다. "목회에는 다섯 가지 병통이 있다. 급히 재촉하고 함부로 거두어들여 아랫사람한테 긁어다가 위에 갖다바치는 것은 조세의 병통이요, 엄한 법조문을 함부로 둘러대어 선악을 명백히 가리지 못하는 것은 형옥의 병통이요, 밤낮 먹고 마시는 것에 빠져 목회를 등한히 하는 것은 음식의 병통이요, 성도들의 이익을 침해하여 사사로이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것은 재물의 병통이요, 많은 계집을 골라 노래와 여색을 즐기는 것은 음란의 병통이다. 이 가운데 하나만 있어도 성도들이 원망하고 하늘이 노할 것이니 편안하던 자는 반드시 병들고 병든 자는 반드시 죽으리라.
5. 임무 교대
속담에 목회는 머슴살이라고 했다. 그런데 목회자로서 천박한 자는 사택을 자기 집으로 알아 오랫동안 누리려 생각하고 있다가 하루 아침에 공문이 오고 통보가 있으면 어쩔 줄 몰라 하기를 마치 큰 보물이라도 잃어버린 것같이 한다. 처자는 서로 쳐다보며 눈물 흘리고 성도들들은 몰래 훔쳐보고 비웃는다.
성직 외에도 잃는 것이 많으니 어찌 한심스럽지 않은가? 그러므로 옛날의 현명한 목회자는 사택을 여관으로 여겨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이 늘 문서와 장부를 깨끗이 해 두고 항상 행장을 꾸려놓아 마치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 훌쩍 떠나갈 듯이 하고 한 점의 속된 애착도 마음에 품지 않는다.
고려의 최석이 승평(지금의 순천)부사가 되었는데 그곳의 옛 습속이 매번 수령이 돌아갈 때 말 여덟 마리를 바치되 가장 좋은 말을 골라가도록 하였다. 그가 돌아갈 때가 되자 고을 사람들이 습속을 따라 말을 바쳤다. 그는 웃으며 "말은 서울까지 갈 수 있으면 되는데 고를 필요가 있는가?" 하고 서울 집에 도착하자 그 말들을 모두 돌려 보냈다. 고을 사람들이 받으려 하지 않자 그는 "내가 물욕이 있다고 생각하여 안 받으려 하느냐? 내 암말이 너희 고을에 있을 때 마침 망아지를 낳아 그 망아지도 데려왔다. 이는 나의 물욕이다. 지금 너희들이 말들을 돌려받지 않으려는 것은 혹시 내가 물욕이 있음을 엿보고 겉으로 사양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라고 말하고는 그 망아지까지 함께 돌려보냈다. 이로부터 그 습속이 마침내 없어졌다. 고을 백성들이 비석을 세우고 팔마비라 불렀다. 지금도 순천의 제일 큰 대로는 팔마로이다.
제주목사로 있던 이약동이 돌아갈 때 가죽채찍 하나만 가졌을 뿐이었는데 "이 역시 제주도의 물건이다."라고 말하고 관아의 문루에 걸어두었다. 제주도 사람들이 그 가죽채찍을 보물처럼 보관하여 목사가 새로 부임할 때마다 내어 걸었다. 세월이 흘러 채찍이 낡아버리자 고을 사람들이 처음 채찍을 걸었던 곳에 그 사적을 그림으로 그려 사모하는 마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