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유방택 별

도현종
  • 1659
  • 2019-04-17 03:09:20
세월호 5주기 기억식에 다녀오고 울었다. 아이들아 하나님 아름다운 별 꿈을꾸렴 미안하구나....힘있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다시는 너희들의 꿈을 앗아가지 못하도록 기도할께

그러나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막말을 해 논란이다. 별꿈을 버린 간신이다.

많은 사람들 중 고개만 들면 바라보이는 밤하늘의 별에 관심을 가지는 이는 몇이나 될까? 밤늦도록 소란스러운 가운데, 깊고 넓은 밤하늘 어딘가에는 별은 꿈을 꾸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게 하며 시와 음악, 그림 등 예술 활동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별은 그렇게 무한한 상상 지대이다.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는 ‘유방택 별’도 발짝이고 있을 것이다.

고려 후기, 나라가 안팎으로 어지럽던 시절 서산에 별을 좋아하는 소년이 살았다. 소년은 명망 있는 집안의 도련님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유학의 경서(經書)와 시서(詩書)에 능했다. 소년이 좋아한 또 한 가지는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소년은 관찰을 통해 계절에 따라 별들이 자리를 이동하거나 보이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중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을 내는 별도 있었다.

유방택이 태어나고 자란 구치산 양리촌, 즉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일대는 현재 담수호인 간월호와 부남호가 동서로 감싸고 있다. 하지만 고려 때는 양쪽으로 바닷물이 가까이 들어왔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하나쯤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밤마다 어부들이 의지하던 별과 같이 백성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자 했던 유방택은 개혁 군주인 공민왕이 즉위한 이듬해인 1352년 32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한반도의 밤하늘을 그리다]

고려 말의 혼란은 정치력 부재로 인한 권문세족의 전횡 외에 외적의 침입 탓도 컸다. 유방택이 출사할 무렵 지배층의 횡포가 극에 달하였고 남쪽에서는 왜구가, 북쪽에서는 홍건적이 쳐들어와 백성을 유린하였다. 1357년(공민왕 6)에는 홍건적이 개성을 점령하여 공민왕이 남쪽으로 피난을 가야 했다.

이 무렵 고려에는 제대로 된 국력(國曆)[달력]이 없어 적을 진압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에 조정에서는 유방택이 만든 책력[일 년 동안의 월일, 해와 달의 운행, 월식과 일식, 절기, 특별한 기상 변동 따위를 날의 순서에 따라 적은 책]를 강화병마사에게 주어 활용하게 하였다. 이 책력은 매우 정확하여 전쟁이 끝난 후 유방택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나라가 안정된 뒤 유방택은 낙향하여 얼마쯤 고향에 머무르다가 다시 조정에 나아갔다.

고려의 신하로서 스러진 고려 왕조와 함께 유방택은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겨진 1,464개의 별을 일일이 확인하여 계산하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새로운 천문도 제작에 참여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방택은 묵묵히 농사를 지으면서 이 땅에 사는 백성들이 편안하고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이다. 천문도의 제작은 책력을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과 관련이 있다. 책력에는 절기의 변화가 정확히 나타나 있어 씨 뿌리고 김매고, 추수하는 시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나라 안팎의 혼란으로 제대로 된 책력 하나 없었기에 천문학자였던 유방택은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조정과 대신들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하여 백성에게 진 빚을 그렇게라도 갚고자 하였던 것은 아닐까?

[고려의 충신, 밤하늘의 별이 되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은 1985년 8월 9일 국보 제228호로 지정되었다. 근래까지도 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유방택의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 들어 조상들이 이룩한 과학 기술의 업적을 되살리는 작업과 함께 천문학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유방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후손들도 사단법인 류방택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유방택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의 과학성과 정밀성을 검토하고 천문학자 유방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 12월 6일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정강리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 천문대에서 지름 1.8m짜리 반사 망원경을 통해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하였다. 이 별에는 ‘유방택 XC44’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은 국제천문연맹[IAU] 소행성센터의 승인을 얻어 지구촌 사람들이 부르는 공식 명칭이다. 우리나라 천문학 발전에 공헌한 유방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헌정된 것이다.

지금도 서산의 밤하늘에는 많은 별이 뜬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어느 지역에서나 반짝거리는 별들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깃불이 환한 도심이나 공단 지역에서는 별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것은 유방택 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유방택이 백성을 위하여 기꺼운 마음으로 하늘 지도를 만든 지 600여 년, 한반도의 하늘을 넘어 세계의 밤하늘에 그의 이름이 새겨졌다. 그 자신이 영원히 고려의 신하로 남기를 원했던 것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온 세상 사람들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고려의 충신 유방택은 그토록 사랑했던 밤하늘의 별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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