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시편71:18(목사 은퇴찬하예배설교)

장병선
  • 1951
  • 2019-04-27 02:52:32
* 갈수록 설교가 두려워지지만, 임무가 떨어지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설교에 대한 목사의 숙명입니다.
'제18회 중앙연회 은퇴찬하예배 설교'를 명 받고 여러날을 고심하며 준비했습니다.
부끄럽기 그지 없지만 기독교 대한감리회에서 평생 목양하시고 은퇴하시는 모든 목사님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마음에서 설교문을 올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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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은퇴찬하예배설교 제18회 중앙연회, 2019.4.25(목)11:00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시편71:18

18절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력을 장래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

‘설교만 없어도 목사 할 만하다’고 들 말하는데,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숨 한번 쉬고 나면 돌아오는 주일,
365일, 52주, 24시간,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목양의 무거운 짐을 벗게 되시는 7분의 은퇴하시는 목사님들, 몸이 아파도, 마음이 괴로워도, 매 주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강단에 서야만 했던 설교의 압박에서 해방되는 소감이 어떠신지요?
저는 목사 안수받은 이후, 3년을 설교할 강단을 잃어본 적이 있습니다.
1년은 군목 전역 후, 갈 곳이 없어서, 2년은 타의에 의해 강단을 빼앗겨서입니다.
권력자를 향해, ‘대통령이, 그것도 장로 대통령이 도덕보다 경제를 앞세워서 되겠느냐, 도덕이 무너지면 경제도 무너지고, 개인도 무너지고, 가정도 무너지고, 나라도 무너지는 것 아니냐‘하고 설교 했더니,
교권주의자를 향해, ’교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학설을 주장하거나, 교회의 부정적인 면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고 해서 신학교수들을 쫓아내서야 되겠느냐, 신학의 학문성이 보장되어야 교회가 성숙해지지 않겠느냐, 일개 부흥사, 개교회 목회자가 신학교를 쥐고 흔들면 되겠느냐, 그러는 당신은 왜, 마귀는 거짓의 영이니, 마귀에게 속아 십일조 떼먹지 말라고 설교하면서, 공교회에 보고하는 통계표는 속이느냐‘하고 설교했더니, 8년에 걸쳐 지은 교회의 봉헌식을 15일 앞두고 쫓아내더군요’
그 후, 2년을 이 교회 저 교회 유랑하며 예배드리면서 목사로, 설교자로 부름받아 자기에게 허락된 강단에 서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를 절절하게 느꼈습니다.

7분 중에, 공상은퇴가 2분, 자원은퇴가 5분으로 정년을 다 채우고 은퇴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으십니다.
목회에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셨으면 건강을 잃으셨습니까,
목회가 얼마나 힘드셨으면 정년이 이르기도 전에 은퇴를 결심하셨습니까?
以心傳心이라 하나요? 뒤에 남은 이들은 오늘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의 속마음을 조금은 알 듯합니다.
정회원으로는 마지막으로, 18회 중앙연회에 참석하신 이 시간, 지난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시겠지요.

이 시간, 중앙연회 모든 회원들은 목양일념으로 평생을 참고 견디며 희생의 삶을 살아오신
목사님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감사를 드립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께서 남은 생애를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감동과 감사가 있는 삶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축원합니다.

시편71편은 다윗이 인생말년에 쓴 시입니다.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겪어온 다윗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말년에 자신이 낳아 기른 아들 압살롬, 아도니아의 반란으로 쓰라린 배신을 경험하였습니다.
남도 아닌 혈육의 배신과 반란을 겪은 다윗의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요?
목사님들 역시 ‘누가 뭐래도 너만은’하고 신뢰했던 신자로부터 거부당하거나 공격을
당하신 쓰라린 경우는 없으셨는지요.
차라리 궁핍할지언정, 사람들로부터 배척과 버림을 받는 것처럼 괴롭고 가슴 찢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은퇴 후에 공교회 공동체로부터 버림받고, 잊혀졌다는 쓸쓸함과 배신감을 더 크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온 세상이 내게 등을 돌린다 하여도 하나님이 내 편이시면, 하나님이 나를 인정하시고, 지지하신다면 그 삶은 불행하지도, 외롭지도, 두렵지도,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다윗은 소시적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신 하나님께 자신의 남은 생애를 의탁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나를 모른다 해도 하나님만은 끝까지 내 편이 되어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하나님께 간구하고 있습니다.
다윗과 함께하신 하나님이 은퇴하시는 목사님들, 그리고 우리 모두와도 영원토록 함께 하십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버리고, 잊을지라도 주님은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십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것은 맹목적인 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안일한 삶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비록 백발이 되었어도, 은퇴를 해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가 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력을 장래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일’즉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오고 오는 세대에 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일입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Retire, 즉 타이어 바꿔 끼우고 다시 신나게 달리는 것이라지요.
그동안은 노심초사 개체교회의 목양에 매어 제약이 많았고, 운신의 폭이 좁았었다면
이제부터는 더 넓은 세상을 품고, 생을 관조하며 여유롭게 지내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달려가면 놓치는 것이 많지만, 천천히 걸으면 작은 들꽃 하나도 또렷이 보이고, 숲에서 지저귀는 온갖 새 소리도 들려옵니다.
지난날이 정신없이 달려온 삶이었다면, 앞으로는 천천히 걸어도 좋은 때를 만나셨습니다.

‘노인의 존재는 그 마을에 도서관이 하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한 분(신영복)이
있습니다.
평생동안 축적해 오신 목사님들의 신앙과 신학, 탁월한 인문학적 지식과 지혜는 공교회와
이 사회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목사님들이 가지고 계신 영적,지적 자산을 가지고, 온 세상을 교구로 삼아 하나님나라를
일구어 가십시오.
하나님은 은퇴목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계시답니다.
유치원에서, 어린 새 싹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성경이야기를 전해주는 원로목사님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멋지고, 아릅답습니다.


이제 좀 여유있게 사십시오.
며칠 동안 아무도 없는 섬에 가서 낚시를 한들 누가 말리겠습니까?
배낭하나 메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한 달을 머문 들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경제적인 문제는 ‘다다익선’이지만, ‘사람의 생명이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눅12:33)고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돈 없이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그것을 보는 눈과 누릴 수 있는 마음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온갖 향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정 복된 사람입니다.

우리 앞에 5G, 4차 산업혁명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갓 투브’의 시대, 즉 유투브가 모든 것을 제공하는 시대입니다. 유투브가 하나님이라기 보다도 하나님이 유투브를
통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스마트 폰 하나만 있으면 온 세상과 소통하며, 온갖 것을 다 향유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제도적 교회 대신 싸이버 스페이스를 새로운 강단으로 삼아, 공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때로는 따끔한 질책을,
때로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주시고, 가짜뉴스와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 생명과 진리의 말씀을 계속 선포해 주십시오.

이 시대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해 나가는 사람이 복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개미처럼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매미나 거미처럼 살아야 합니다. 매미는 노래를 잘 불러 음반을 만들어 팔면 개미보다 훨씬 부자로 살 수 있습니다.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방탄소년단이 기여하는 국익은 여느 대기업
못지 않습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몸 값은 831억이랍니다.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은 육체의 힘이 아니라 정신의 힘, 즉 지혜로 남은 생을 거미처럼 사십시오.
거미는 목 좋은 곳에 그물을 쳐 놓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니 무엇보다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우리 후배들도 오늘은 사역에 열심을 다하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뒤를 따라갈 것입니다.
뒤따르는 후배들에게 '은퇴후에는 이렇게 사는 거야’하는 좋은 본, 모델이 되어 주십시오.
아무쪼록 은퇴하시는 목사님들의 앞날에 멋지고 신나는 미래, 보람이 가득한 인생 제2막이
화려하게 펼쳐지기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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