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사랑

이경남
  • 998
  • 2019-07-02 17:45:31
달팽이 사랑      
           -이경남
 
매년 7월이 오면 장마가 시작되고
논과 밭 숲 속의 달팽이들도 어디론가 여행을 시작한다
우기와 함께 발정과 수정의 시기가 찾아오고 
그래 그 안락한 숲을 떠나
어디엔가 있을 짝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나 이 설레이는 여행은 이들에게 아주 위험한 여행이다
평택에서 안중 산업 단지로 향하는 인근의 국도는
늘 아침 저녁이면 정체가 되고
이를 피해 운전자들은 이 농로로 우회하는데
달팽이들이 무수히 희생을 당한다
그러나 이 무례하고 난폭한 차량들 속에서
용케도 살아남은 달팽이들은 
부지런히 촉수를 내밀어 짝을 찾아 만나고
드디어 그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을 교합하며 하나가 된다
그 허약한 껍질에서 나와 알몸으로 한 몸이 되고 
아주 오랜 동안 미동도 없이 황홀한 절정을 나눈다
지금 저 달팽이들이 이 우기의 촉촉하고 비옥한 대지 속에서
생의 모든 고뇌를 잊는 열락의 기쁨을 누리고
또 생명을 잉태하는 숭고한 순간을 가지고 있나니
매일 아침 저녁 
이 농로로 들어서는 무례한 운전자들이여
제발 이 달팽이들의 여린 생명과 축복스런 열락을 해하지 말지어다
당신의 생명이 귀한 만큼 이 말 못하는 미물들의 생명도 귀하고 
당신도 지난 밤 누군가와 짝짓기를 하며 즐거워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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